[이슈분석]삼성, 아시아 최대 R&D 센터로 양재시대 개막

오는 7월 양재 연구개발(R&D) 지구는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전자산업 R&D 메카로 거듭난다. 삼성전자가 우면산 자락에 짓고 있는 아시아 최대 규모 R&D 시설인 ‘우면 R&D 센터’가 그 중심에 있다.

지난 2012년 7월 공사를 시작한 삼성전자 우면 R&D 센터는 삼성전자 46년 역사상 처음으로 조성되는 ‘통합 R&D 센터’다. 그동안 서초, 구미, 기흥, 수원 등 흩어져 있던 R&D 인력을 한곳에 모으기 때문이다. 구체적 이전 규모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DS(디바이스·솔루션), CE(소비자가전), IM(IT·모바일) 등 3개 부문이 한데 모일 것이라는 게 삼성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사업부 간 장벽을 허물고 자유롭고 창의적인 환경에서 R&D에 매진하도록 돕는 구조로 계획됐다.

삼성전자 우면 R&D 센터 조감도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우면 R&D 센터 조감도 <사진=삼성전자>

규모도 상당하다. 부지 면적은 서울 서초동 삼성타운의 2.2배인 5만9822㎡이며 6개 건물의 전체 연 면적은 33만8821㎡로 서울 여의도공원의 1.5배다. 개별 건물 규모도 지상 10층, 지하 5층에 달한다. 건축비로만 1조원이 투입되며 상주하는 R&D 인력은 1만명에 육박해 연간 70만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도 전망된다.

당초 이 지역은 2010년 서울시로부터 ‘특정개발진흥지구’로 지정돼 중소기업 중심 복합 R&D 지구로 개발될 계획이었다. 하지만 경기불황과 각종 수도권 규제 등으로 기업유치에 차질이 생기자 서초구가 240% 였던 용적률을 360%로 상향하고 건물 높이도 4층에서 10층으로 고도제한을 풀면서 유치에 숨통이 트였다.

삼성전자는 우면 R&D 센터를 기존과 다른 분위기의 연구시설로 키울 계획이다. 우면산과 어우러진 자연환경 속에 자유롭고 개방적인 분위기의 캠퍼스 형태로 꾸민다. 명품 산책길, 조각공원 등을 조성해 창의적인 연구결과물이 나올 수 있도록 주변 여건도 꾸민다. 이러한 배경 속에 우면 R&D 센터는 지난해 매출 감소 속에서도 사상 최대 R&D 투자를 단행한 삼성전자의 뚝심있는 R&D 투자 의지의 상징이기도 하다.

입지도 최적이다. 수도권에서만 경부고속도로를 중심으로 서초동 삼성타운(경영 지원), 우면 R&D 센터, 수원 디지털시티가 일렬로 늘어서 자동차로 1시간 이내 각 사업장과 연결되는 ‘삼성 라인’을 완성한다. 서울 도심의 교통정체를 겪지 않고도 R&D 인력과 교류할 수 있는 ‘시계 초입’으로서의 장점도 크다. 이 외에 용인서울고속도로, 강남순환고속도로(2016년 예정), 신분당선도 이용할 수 있어 수도권 거주 R&D 인력의 출퇴근에도 편리하다.

삼성전자의 입성은 양재와 그 일대를 ‘서울의 실리콘밸리’로 만드는 첫 단추가 된다. LG, KT 등 양재에 터를 잡아 온 기존 기업과의 시너지가 기대를 모은다.

LG전자는 1975년 전기전자 기초소재를 연구하는 우면 R&D 캠퍼스를 시작으로 양재역 인근 강남 R&D 센터(TV 등 홈엔터테인먼트(HE) R&D), 양재나들목 인근 서초 R&D 센터(CTO, 디자인센터)를 설치해 일찍이 ‘양재 시대’를 준비해 왔다. LG전자 양재 인력도 우면 800명, 강남 2000명, 서초 3500명 등 6300명에 달한다.

현대·기아차그룹도 오는 2022년 본사를 서울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옛 한국전력 부지)로 옮기면 현 양재사옥을 그룹 R&D 센터로 키울 방침이다. 현재 상주 중인 자동차 IT 분야 연구원 200여명에 더해 2000여명이 근무할 예정이다.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