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 연구개발(R&D) 지구가 각광받는 이유는 ‘입지’다. R&D 인력 상당수가 일과 가정, 여가가 균형 잡힌 생활을 원하는 상황에서 양재는 매력적이다.
지난해 12월 미국 애플의 첫 해외 R&D 센터 입지로 낙점된 일본 요코하마는 양재 R&D 지구가 나가야 할 방향을 보여준다.
애플 R&D 센터 유치 소식은 요코하마뿐만 아니라 일본 경제계에 매우 큰 뉴스였다. 언론은 연일 애플의 요코하마 R&D 센터를 톱 뉴스로 보도했고 아베 신조 총리는 중의원 선거 유세 중 “아베노믹스 결과”라고 직접 발표하며 치켜세웠다. 시민들도 “미나토미라이21(요코하마의 미래형 해안 신도심) 이후 요코하마의 새 발전 동력이 될 것”이라며 기대를 나타냈다.
애플 R&D 센터 유치는 일본의 큰 시장뿐만 아니라 요코하마가 갖고 있는 최고의 R&D 환경,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빚어낸 결과다. 요코하마는 우리의 인천 격으로서 도쿄 하네다공항과 도쿄역에서 전철로 40분 내에 닿는 ‘사실상 도쿄 생활권’이다. 하지만 도쿄보다 지대가 낮아 대규모 센터 건립, R&D 인력의 정주여건 마련에 부담이 덜하다. 삼성전자도 지난 1997년 삼성 일본연구소(SRJ)를 요코하마에 세워 수도권 우수 인력확보에 나선 바 있다.
국가전략특구로 지정된 점도 요코하마 경쟁력이다. 국가전략특구 조성은 지방정부가 기획하고 중앙정부가 지원하며 민간이 실행한다. 요코하마는 지난 2000년 ‘생명과학도시’ 비전이 포함된 ‘요코하마 구상’을 발표한 이래 지역 산업계, 학계 등과 연계한 ‘요코하마 라이프 이노베이션 특구’ 사업을 벌여 왔다. 지난해 5월에는 인근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제안한 ‘도쿄권 국가전략특구’가 정부에 받아들여져 국제 비즈니스 거점화, 요코하마시립대 중심 첨단 의료개발 촉진 등에도 탄력이 붙었다.
국가전략특구는 기존 특구와 달리 민간이 주도로 사업을 추진하고 타 지자체와 광범위한 지역 연합을 이룬다. 일본 내각부는 특구 선정 직후 특구에 참여할 민간 사업자 모집에 나섰고 요코하마시는 용적률 완화 등 행정편의를 제공하는 유인책을 쏟아 냈다. 이러한 배경이 헬스케어 산업에 관심을 갖고 있던 애플을 일본으로 불러들인 유인책이 됐다.
이 외에 국제공항이 있는 지바현 나리타시부터 도쿄 도심까지 직선으로 100㎞가 넘는 지역을 같은 특구로 묶기도 했다. 지자체 간 차이에 따른 행정 서비스 혼선을 방지한 배려다. 이처럼 지역의 강력한 의지와 중앙정부의 전폭 지원 등 치밀한 준비 덕에 요코하마는 특구 지정 7개월 만에 애플을 품을 수 있었다.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