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의 탄생을 눈으로 볼 수 있는 시대가 왔다. 형광체를 집어넣어 단백질이 제대로 합성됐는지 여부를 파악한다. 향후 단백질 합성이 질병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알아볼 수 있을 전망이다.
단백질은 세포핵의 DNA에서부터 시작해 전사(Transcription)와 해석(Translation)의 두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전사 과정은 전령RNA(messenger RNA, mRNA)가 세포핵 안에 있는 DNA에서 단백질 생성에 필요한 유전 정보를 읽어 이뤄진다. mRNA는 핵공을 거쳐 세포질로 나온 뒤 리보솜과 결합한다.
이후 해석 과정이 시작된다. 운반RNA(transfer RNA) 도움을 받아 유전 정보가 해석된 뒤 이를 담은 단백질 알갱이인 아미노산이 만들어진다. 이 아미노산이 특정 폴리펩티드 사슬로 뭉쳐 소포체를 거친 뒤 원하는 기능을 가진 특정 단백질로 바뀐다.
알버트아인슈타인의과대학이 주도하는 국제 연구진은 단백질이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볼 수 있는 형광 현미경 기법 ‘트릭(TRICK)’을 최근 사이언스지에 발표했다. 단백질 생성 과정을 눈으로 볼 수 있게 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불규칙한 단백질 합성 과정이 어떻게 신체 발달 이상과 알츠하이머·기억상실증 등 질병에 영향을 미치는지 알 길이 열렸다는 평가다.
연구의 공동 책임자인 로버트 H.싱어 교수는 “지금까지는 mRNA가 어디서 어떻게 단백질로 바뀌는지 정확히 파악할 수 없었다”며 “특히 질병과 관련한 분자생물학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릭은 빨간색과 초록색을 띈 두 형광 단백질을 넣은 mRNA 분자를 합성시켜 색상의 변화를 추적한다. 연구진들은 빨간색과 초록색 두 형광 단백질을 넣은 mRNA분자를 복제해 노란색의 세포핵을 만들었다. 세포질로 나온 뒤 mRNA는 리보솜과 결합, 단백질이 되기 직전의 ‘RNA결합단백질’이 되는데 리보솜이 바로 초록 형광체 부분에 들어가게 된다. 그 결과 RNA결합단백질은 빨갛게 보인다.
이 기술로 연구자들은 직접 살아있는 세포에서 각각의 mRNA가 움직이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독일 연구진은 이 기법으로 초파리 알과 난모세포를 관찰했다. 초파리 배아가 형성될 때는 ‘오스카(oskar)’라는 유전자가 필요하다. 연구진은 mRNA에 형광 물질을 넣어 이를 활용해 오스카를 복제한 뒤 초파리 난자 핵에 이를 집어넣었다. 오스카 mRNA들은 난자의 극부(posterior)에 도달하기 전까지 색이 변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또 단백질 해석 과정이 mRNA가 세포핵을 벗어난 직후부터가 아니라 세포질에 들어간 뒤 몇 분 후부터 시작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로버트 싱어 교수는 “우리는 전에 이런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지도 못했다”며 “우리가 이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또 다른 예”라고 말했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