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창조적인 아이디어나 제품이 유럽연합 상품과 결합해 서로의 가치를 높이는 시너지를 냈으면 좋겠습니다.”
쟝 크리스토프 다베스 주한유럽상공회의소 회장(BNP파리바카디프생명 사장)은 한국과 유럽의 협력관계를 묻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그는 특히 한국 정부의 ‘창조경제’에 기대감을 표현했다. 아시아 주요 국가인 중국·일본과 한국을 차별화시키는 열쇠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베스 회장은 “한국에서 창조경제가 대두되고 있는 타이밍이 좋다”고 말했다. 저가 위주에서 중상위 제품 개발에 나선 중국이나 저렴한 노동력으로 치고 올라오는 베트남 등 아시아 주요 국가와의 경쟁에 힘이 될 것으로 봤다. 탄탄한 산업 기반이 되는 중소기업 발전에도 좋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한국의 창조적인 아이디어나 제품을 유럽 상품과 서비스 등에 결합시키는 협력체계 구축을 강조했다. 부품 제작부터 조립까지 한 국가에서 모두 이뤄지지 않는 지금의 산업 환경에서 기발한 아이디어나 창의적인 부품 하나만으로도 큰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유럽은 제조부터 서비스 분야까지 자동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공장 자동화는 물론이고 은행 등 서비스 산업에서도 자동화 물결이 거세다. 노령인구 지원활동 등 개인에게 제공되는 서비스 자동화도 관심을 받고 있다. 여기에는 솔루션이나 기술, 아이디어 등이 필수적이다.
다베스 회장은 “창조적 환경에서 나올 한국의 기술이나 아이디어 하나가 유럽 상품이나 서비스와 만나면 모두에게 큰 가치를 줄 수 있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부가가치 상품과 서비스에 집중된 유럽의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다베스 회장은 다만 중장기 발전계획 같은 거시경제 정책이 간과되서는 안 된다고 우려했다.
창조경제 중요성이 부각되는 상황에서 국가기간 산업이 경시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창조경제가 좋은 기회를 주지만 모든 것을 해결할 ‘조커’는 아니다”고 말했다.
유럽의 경우 현재 유럽경제를 지탱하는 주축 역할을 하고 있는 항공이나 원자력 산업 등이 정부의 결정으로 장기 계획을 갖고 조성됐다. 창조경제가 다양성을 늘리고 가치를 높이는 것은 맞지만 유럽의 경우처럼 중장기 경제 성장에 있어서는 국가주도의 산업정책도 중요하다는 시각이다.
다베스 회장은 앞으로 한국과 유럽의 협력은 더 활발해 질 것으로 확신했다. 사물인터넷, 핀테크, 자동화 등에 속도를 내고 있는 유럽 기업들이 한국 기업에 관심이 크다는 것이다. 그는 “유럽은 점점 더 새로운 기술이나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며 “한국 업체들이 관심을 갖고 파고들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유럽연합의 교역관계
유럽연합은 28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연합체다. 인구 5억명, 연간 GDP 12.9조유로의 세계 최대 경제권이다. 전체 세계 경제의 25% 가량을 차지한다. 세계 상품무역의 15%, 서비스 무역의 22%를 점유하는 세계 최대 교역원이기도 하다.
유럽연합은 우리나라 주요 교역 파트너다. 한국은 유럽연합의 10대 교역국으로 지난 2011년 부터 아시아 국가 최초로 자유무역협정(FTA)을 시행했다.
FTA 시행 이후 유럽은 한국으로 기계, 자동차, 의약 등 상품 및 서비스 수출 규모를 늘려가고 있다. 2013년 유럽연합 통계 기준으로 상품 수출은 400억유로, 수입은 358억유로를 기록했다. 서비스 수출은 96억유로, 수입은 46억유로 수준이다.
우리나라와 유럽연합의 상호 투자도 확대되는 추세다. 한국의 투자액은 지난 2010년 131억유로에서 2012년 185억유로로 늘었다. 유럽의 국내 투자액은 같은 기간 동안 375억유로에서 395억유로로 확대됐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 사진=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