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 중 70% 이상이 모바일 인터넷, 즉, 스마트폰을 포기하느니 신문·초콜릿·패스트푸드 등을 포기하겠다고 답변했다.
지난 3월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발표한 결과다. 그만큼 모바일 인터넷이 기존 매체를 비롯 생활 속의 여러 기호품을 압도할 정도로 필수라는 뜻이다.
하지만 가까운 장래에는 ‘모바일 인터넷을 위해 무엇을 포기할 수 있나’라는 질문 자체가 무의미해질지도 모른다. 모바일로 모든 것이 연결되는 세상이 된다면, 이동통신이나 모바일 인터넷은 생활 속에 완전히 융합돼 더 이상 선택의 대상이 아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초 스페인에서 열렸던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 전해진 소식을 보면, 이 같은 전망이 눈앞에 다가왔음을 실감하게 된다. 여러 기기와 사물이 인터넷에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이 지난해에는 시범적으로 등장하는 수준이었다면, 올해는 주인공과 같았다고 하니 말이다. 웨어러블 기기 제조사는 성능과 기능은 기본이고 패션 업계와 협업할 정도로 디자인 완성도까지 높여가고 있다. 심지어, 미국의 청바지 의류 브랜드로 유명한 게스(Guess)는 아예 ‘게스 커넥트’라는 스마트워치 제품을 출품했다. 게다가 모바일 금융 발전으로 금융계 발걸음도 빨라졌다. 아울러, 자동차는 IoT가 활발히 적용되는 분야로, 이제 자동차 회사가 모바일 전시회에 등장하는 것은 당연한 모습이 됐다.
이처럼 고도로 연결된, 이른바 초연결 사회가 다가오면서, 이를 가능케 하는 이동통신 기술과 서비스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현재 우리는 4세대(4G) 이동통신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음성통화나 간단한 무선인터넷 활용에 그쳤던 3세대(3G)에 비해 현저히 빨라진 통신 속도로 인해, 동영상과 멀티미디어 등 대용량 콘텐츠 활용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초연결 사회를 지향하려면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에 따라, 각국의 이동 통신 업계가 모인 ‘차세대 이동통신 협의체(NGMN)’는 지난 2월 ‘5G 백서’를 발간했다. 여기에는 5G의 비전과 예상되는 비즈니스, 다양한 요구사항 등을 담고 있다. 백서에서는 5G에 대한 비전으로 ‘완전한 모바일, 연결된 사회’를 제시해 초연결 사회를 지향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5G 요구조건도 빠른 전송 속도는 물론이고, 지연이나 끊김 등의 문제가 없는 고도의 신뢰성을 들고 있다. IoT를 감안한 듯, 대량의 기기가 접속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도 포함됐다.
한때 통신망은 단순한 데이터의 통로로서, 전송 속도의 향상이 최우선 과제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대부분 사람에게 약간의 통신 지연이나 장애는 조금 불편하면 그만인 정도였다. 하지만 초연결 사회에서는 양상이 다르다. 만일 무인 자동차가 가득한 도로에서 통신이 지연되거나, 접속이 불안정하면 어떻게 될까. 자칫 많은 사람의 안전에 문제가 초래될 수 있는 일이다.
이 때문에 초연결 사회를 앞두고 준비해야 할 게 많다. 안전성, 사생활 보호 등 초연결 사회에 대두될 수 있는 여러 변화에 대비해 정책과 제도가 마련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할 것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엄격한 요구 조건에 맞추어 완성도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적용시켜야 한다. 이와 함께, 초연결 사회에서 성장의 기회를 포착하고 이를 선도해 가는 것도 업계의 몫이다.
초연결 사회로의 이행은 이미 진행중이다. 5G는 2018년 표준화를 거쳐, 2020년에는 상용화될 전망이다. 이렇게 IoT 제품과 서비스 개발은 출발점을 지나 전력 질주를 시작했다. 국내 가입자 유치 경쟁이나 유통시장의 문제 등 당면한 현안도 중요하지만, 다가올 미래를 대비하고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이제 초연결 사회에 대한 우리의 비전을 구체화하고 실현할 때다.
설정선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부회장 12jss@kto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