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의 아버지` 리콴유 전 총리 타계가 슬픈 까닭은?

리콴유(李光耀) 전 싱가포르 총리가 23일(현지 시각) 향년 91세로 타계했다. 리 전 총리는 지난달 5일 폐렴으로 입원한 후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로 생을 이어왔다. 리 전 총리는 싱가포르가 영국 식민지였던 지난 1959년부터 독립 이후 1990년까지 총리직을 역임하며 싱가포르를 동남아 부국으로 만들었다. 한 여성이 23일 싱가포르 종합병원 앞에 마련된 추모소에서 리콴유 전 총리의 사진과 추모 메시지를 촬영하고 있다.
 <싱가포르=로이터통신>
리콴유(李光耀) 전 싱가포르 총리가 23일(현지 시각) 향년 91세로 타계했다. 리 전 총리는 지난달 5일 폐렴으로 입원한 후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로 생을 이어왔다. 리 전 총리는 싱가포르가 영국 식민지였던 지난 1959년부터 독립 이후 1990년까지 총리직을 역임하며 싱가포르를 동남아 부국으로 만들었다. 한 여성이 23일 싱가포르 종합병원 앞에 마련된 추모소에서 리콴유 전 총리의 사진과 추모 메시지를 촬영하고 있다. <싱가포르=로이터통신>

싱가포르 ‘국부’ 리콴유 전 총리가 23일 타계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오바마 대통령, 아베 총리 등 주요국 정상이 애도를 표했다. 북미 유럽 정치권도 ‘아시아 위대한 지도자’였던 그의 별세 소식에 슬픔을 같이했다.

그는 경제부흥뿐 아니라 교육 개혁을 이끌며 싱가포르를 아시아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로 만든 지도자였다. 지난 1959년 영국 식민지였던 싱가포르 자치정부 총리를 지낸 이후 1965년 말레이시아 연방에서 독립한 싱가포르 초대 총리로 취임했다. 이후 1990년 퇴임까지 26년, 자치정부 총리 기간을 더하면 총 31년간 싱가포르 총리로 재직했다.

리 전 총리는 취임 후 싱가포르 경제 발전에 박차를 가했다. 인구 100만명, 1인당 국내총생산(GDP) 400달러에 불과했던 나라는 현재 인구 550만명, 1인당 GDP 5만4000달러 아시아 최고, 세계 8위 부국이 됐다. 비결은 해외자본 유치, 과감한 사회간접자본 투자 및 부정부패 척결이었다.

그는 1965년 말레이시아연방에서 독립 후 수출 중심 독자산업 육성에서 경제 완전개방으로 정책을 변경했다. 싱가포르를 자유무역항으로 지정하고 외국 기업에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제공했다. 세계 석유파동에도 창이 국제공항을 건설했다. 그 결과 현재 싱가포르는 아시아 물류·금융 중심지로 발전했다. 다국적 기업 대부분이 싱가포르에 아시아 지역 본사를 두고 있다. 세계은행은 싱가포르를 세계에서 가장 사업하기 좋은 환경으로 선정했다.

리 전 총리는 급격한 경제성장 속에서 발생하기 쉬운 부정부패 역시 차단했다. 청렴한 싱가포르는 그의 상징이다. 부패행위조사국(CPIB)을 설립하고 부패 관료에 대한 체포, 수색, 증인 소환 등의 권한을 한 기관으로 모았다. 이후 부정 자금은 전 재산 몰수 등 강수를 두며 부정부패를 척결했다. 무혐의로 나타난 자신의 부패혐의에 대해서도 조사 대상이었던 자금을 전액 사회에 환원한 바 있다. 지난해 싱가포르는 국제투명성기구 조사 국가청렴도 세계 5위를 기록했다.

환경·사회 문제에도 각별한 신경을 썼다. 그는 싱가포르를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국가 중 하나로 만들었다. 싱가포르는 길에 쓰레기를 버려도 300싱가포르달러에 달하는 과태료를 부과한다.

리 전 총리는 국가의 가장 큰 자원은 인재라는 가치 아래 고등인력 양성에도 힘썼다. 싱가포르는 초등학교부터 공부에 관심이 있는 학생과 아닌 학생을 선별해 수준별 교육을 실시했다. 해외 고급인력 확보에도 나서 싱가포르 내 취업이나 체류를 쉽게 했다.

리 전 총리 사망 소식에 세계 각국에서 애도 물결이 일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그는 진정한 역사의 거인”이라며 “싱가포르의 아버지는 물론이고 아시아의 위대한 전략가 중 한 명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전했다. 반기문 UN 사무총장은 “깊은 애도를 전한다”며 “그가 집권한 30여년간 싱가포르는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가장 번영한 국제무역 허브로 발돋움했다”고 말했다.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가 살아온 길 (자료: 외신취합)>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가 살아온 길 (자료: 외신취합)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