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니그마는 독일어로 ‘수수께끼’라는 뜻을 가진 암호 기계의 한 종류다. 암호를 만들고 해독하는 기계로, 보안성에 따라 여러 모델이 있다.
지난 1918년 독일인 아르투르 슈르비우스에 의해 처음 고안돼 상업적 목적으로 사용됐으며 이후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독일군이 사용했다. 다른 회전자 기계(Rotor machine)처럼 에니그마는 기계적 하부체계와 전기적 하부체계로 이뤄진다. 기계적 하부체계는 알파벳 26개로 구성된 키보드가 있고 각각의 키는 하나 이상의 명령으로 수행된다. 전기적 하부체계는 자판, 회전자, 플러그판 등으로 구성된다.
에니그마는 암호화 규칙(열쇠값)을 무한히 길게 하는 ‘다중 치환 암호’를 전기 공학적으로 구현한다. 자판으로 암호화할 문장을 입력하면 스크램블러가 돌아가면서 암호화된 문장으로 만들어 램프에 표시한다. 1970년대까지 상업적 또는 군용 보안통신용으로 사용됐다.
에니그마는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의 소재로도 사용됐다. 영화는 독일 나치의 군사 암호였던 에니그마를 해독한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의 이야기다. 당시 독일군은 에니그마를 사용해 영국, 프랑스 등을 무차별 공격하고 승기를 거머쥐는 듯했다. 이에 영국은 수학자, 암호학자 등 각 분야의 전문가를 모아 암호 해독팀을 만들었다. 수학자였던 앨런 튜닝은 이때 에니그마를 반대로 움직이게 해 암호화 문장의 원 뜻을 해독해내는 기계 ‘콜로서스’를 만들었다. 콜로서스는 진공관을 이용한 세계 최초의 연산 컴퓨터로 정의된다. 영국은 독일군 교신 암호를 푸는 데 성공해 연합국의 승리를 이끈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감행했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