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현지시각) 미국 CNN과 영국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디언·로이터 양국 유력 4대 언론사가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온라인 광고 확보를 위한 공동 연대’가 성명의 골자였다. 한 세기 가까이 서로 으르렁대던 사이다. 그런 이들을 단 며칠 만에 ‘판게아 연대’(the Pangaea Alliance)라는 이름의 동맹군으로 맺어준 것은 다름 아닌 ‘광고’다.
더 이상 세계 광고시장을 온라인 미디어 세력에 빼앗겼다가는 공멸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에서다.
이들 동맹군은 총 1억1000만명에 달하는 각사 온라인 독자DB를 공유한다. 또 ‘프로그래매틱 광고’(Programmatic Advertising)라는 첨단 광고기법을 이용, 구글 등과 차별화된 경쟁을 벌인다는 전략이다.
이번 협력의 막후에는 종이신문의 귀재, 루퍼트 머독 뉴스코프 회장이 있다. 그는 이번 판게아 사업의 실제 운영사인 ‘루비콘 프로젝트’의 최대 주주다.
루비콘은 판게아 연대의 창구 역할을 하며, 광고 접수부터 게재에 이르기까지 일체의 서비스를 대행한다. 머독 회장이 4개 언론사를 돌며 ‘위기론’을 역설하지 않았다면, 콧대 높은 이들 언론사의 연대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상호 간 논조가 판이하고 독자 성향 역시 다른 여러 언론사들을 단순히 한데 모아 놓는다고, 온라인 미디어와의 싸움에 유리한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올드보이만의 색깔을 보여줘야 한다는 얘기다.
최근 발표된 전미 언론인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18~34세 이른바 ‘밀레니엄 세대’의 신문 읽기는 예상대로 페이스북 등 신흥 인터넷 미디어들을 통해 주로 이뤄지긴 하나, 자신이 흥미롭게 본 기사는 해당 언론사의 사이트에 들어가 추가정보를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언론사 사이트에서의 적극적인 검색 활동도 이때 이뤄졌다. 콘텐츠만 좋다면 종이신문이 살길도 열려 있다는 뜻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종이잡지 구독자 연령대가 디지털 유료 구독자보다 젊다. 이른바 ‘뒷주머니용’이라는 과시성도 어느 정도 반영됐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특화된 고급 콘텐츠에 대한 영미권 신세대 여론주도층의 정보습득 형태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