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자의 허심탄회]KT&G, 비리온상 오명 언제 벗나?

KT&G의 비리가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이유가 무엇일까? 태생적인 지배구조 결핍에서 오는 것일 수도 있고 독점의 온실에서 갑자기 경쟁의 전장으로 내몰린 탓도 있다 할 것이다.

아무튼 리더십 재정립이 해결의 열쇠인 것만은 분명하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국 직원들이 KT&G에 대한 세무조사 과정에서 편의를 봐주겠다며 금품을 수수해 나눠 가진 사실이 검찰 수사를 통해 뒤늦게 밝혀졌다. 25일 인천지방검찰청 외사부(부장 이진동)에 따르면 2009년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 소속 팀장 A씨를 비롯한 같은 팀 직원 6명은 KT&G 측으로부터 세무조사 편의 제공을 대가로 총 2억2000만원을 받아 이를 나눠 가졌다.

이 팀 소속 B씨는 KT&G에 자신이 지정한 세무사에게 관련 업무를 맡길 것을 강요하기도 했다. 이 같은 사실은 검찰이 최근 전직 KT&G 직원 C씨를 공갈 혐의로 구속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C씨는 2011년 KT&G를 그만둘 당시 재무팀 내 세무 관련 부서에서 일했다. 그는 퇴직 후 근무 당시 알고 있던 회사의 세무 비리를 신고하겠다고 협박, 함께 일했던 재무실장에게 두 차례에 걸쳐 5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은 KT&G 측이 돈을 건넨 이유가 드러나지 않은 세무 관련 비리 때문이라고 보고 C씨에 대한 추가 수사를 통해 이러한 사실을 밝혀냈다.

검찰은 A씨를 비롯한 전·현직 국세청 직원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예정이며, 나머지 2명은 불구속 기소할 방침이다. KT&G에 세무사를 소개해준 B씨는 이미 별건으로 실형을 선고받아 수감 중이어서 추가 기소를 할 예정이다. 검찰은 국세청과 KT&G가 관련된 세무 비리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KT&G의 부동산 관련 비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13년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서울 남대문 레지던스호텔 지구단위변경 인허가 용역계약을 체결하면서 용역비를 특정업체에 과다 지급해 회사에 28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 경제범죄 가중 처벌법상 배임)로 민영진 KT&G 사장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한 바 있다.

당시 경찰에 따르면 민 사장은 2011년 11월 KT&G 남대문호텔 지구단위계획 변경 용역을 N사에 발주하는 과정에서 적정 용역비가 6억원 임에도 34억원을 지급해 회사에 28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해당 용역계약 실무를 강씨가 주도했지만 사실상 민 사장의 지시로 이뤄진 것으로 보고 민 사장에게 배임 혐의를 적용했다. 이 사건 이전에 KT&G는 충북 청주 옛 연초제조창을 청주시에 파는 과정에서 수억원의 뇌물을 담당 공무원에 건네 공무원이 구속되는 사건도 있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세금 탈루 혐의와 경영진의 비자금 조성 의혹 등으로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은 적도 있다.

25일 조세심판원에 따르면 KT&G(대표 민영진, 사진)는 지난 2009~2012년 외항선원용으로 용도가 정해진 특수용 담배 2933만3500갑을 멋대로 수출용으로 변경한 뒤 식품 수출업체들에 판매했다.

이후 서울지방국세청은 지난 2013년 3월 KT&G를 상대로 세무조사를 벌였고, 그 결과 KT&G와 업체 간 거래가 정상적인 면세 거래가 아닌 ‘부가가치세 과세 거래에 해당한다’며 부가가치세 등 80여억원의 세금을 부과했다.

이에 불복한 KT&G는 이듬해 4월 ‘해당 담배는 지방세법상 담배소비세 과세 대상이 아닐 뿐 아니라 과세 거래라고 가정해도 담배소비세 등은 부가가치세 과세 표준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과세 처분 중 이 부분만큼은 취소돼야 한다’는 취지로 조세심판원에 심판 청구를 냈다.

이에 대해 심판원은 결정문에서 “KT&G가 거래처들로부터 내국신용장 또는 구매확인서를 받아 영세율 세금계산서 등을 발행하지 않은 점, 거래처들이 공급받은 담배를 수출로 위장해 빼돌린 뒤 불법 유통한 점 등에 비춰 보면 당시 거래한 담배를 면세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면세 담배 판매 업무를 총괄한 KT&G 전 지점장과 직원 등의 진술에 의하면, 당시 KT&G가 외항선원용 면세 담배의 수출 목적을 알고 있던 것으로 보이는 점으로 미뤄볼 때, KT&G의 귀책사유로 부과받은 담배소비세 등을 부가가치세 과세 표준에 포함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밝혔다.

심판원은 “따라서 서울지방국세청이 KT&G의 거래를 부가가치세 과세 대상으로 보고 부가가치세 및 법인세를 과세한 처분은 잘못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대해 KT&G 관계자는 "이 사안은 법리적 쟁점이 있는 사안이라서 법원의 신중한 판단을 받기 위해 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상태"라고 밝혔다.

조창용기자 creator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