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스마트그리드 구축 기준 기술 경제성과 비즈니스 확장성에 주목해야

[ET단상]스마트그리드 구축 기준 기술 경제성과 비즈니스 확장성에 주목해야

현 정부가 주창하는 ‘창조경제’는 첨단 정보통신기술(ICT)과 다른 산업 간 융합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이다. 이의 활성화를 위해 정부는 미래창조과학부를 신설하고 각종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중 에너지 산업과 ICT 산업 융합이라 할 수 있는 차세대 지능형 전력망 스마트그리드는 녹색성장을 대변하는 핵심 신성장 분야다. 실제로 스마트그리드는 전력수급난, 환경오염 등 해법으로서뿐만 아니라, 향후 전기자동차 기반구조로서 전 세계적으로 급격히 부상하고 있다.

많은 스마트그리드 응용 중 가장 기초적이고 핵심적 인프라로서 선진형 원격검침 시스템(AMI:Advanced Metering Infrastructure)을 들 수 있다. 디지털 방식 양방향 검침 시스템을 의미하는 AMI는 전력 소비자와 공급자 간 핵심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제공한다. 미국, 영국 등 스마트그리드 선도국가를 보면 국가 차원 대규모 AMI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스마트미터와 AMI 기반 구축을 의무화하는 등 그 성장기반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정부도 2010년 스마트그리드 국가 로드맵 수립 후 제주도에 세계 최대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를 구축했다. 이를 계기로, 2020년까지 전체 소비자 가구에 AMI를 도입해 스마트그리드 조기 상용화 및 글로벌 수출 초석을 다지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일관성이 부족한 정책과 예산 감축, 기술특허 침해 등 갈등이 나타나면서 사업이 지연되고, 그 결과 현재 AMI 보급은 그 추진력을 많이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으나 가장 큰 원인은 아직까지 국내 실정에 맞는 AMI 표준이 없다는 것이다. 어떤 판단 기준을 가지고 AMI 표준을 결정할 것인지조차 협의된 바 없으니, 보급은 아직 먼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표준화 작업은 향후 복잡하고 다양한 설비가 상호 안정적으로 연동되도록 하는 기초 공사나 다름없다. 그만큼 포괄적이고 면밀한 분석과 함께, 다른 스마트그리드 응용과 연계를 고려한 미래지향적 판단이 필요하다.

현재 국내에서는 전력선 통신(PLC:Power Line Communication) 기술을 기반으로 한 AMI가 가장 많이 보급돼 있다. 어느 정도 성숙한 기술로 잘 알려져 있지만 열악한 전선포설 상태에는 작동이 잘 안 되는 등 여러 가지 분명한 기능적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더욱이 전력사업자가 직접 운용하는 AMI가 가진 비즈니스 모델상 한계는 기술경제성을 더욱 악화시킨다. 따라서 그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 전력사업자 중심 PLC 기반 AMI보다는 전력사업자와 통신사업자가 협업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과 이에 기반을 둔 무선통신 AMI 아키텍처를 적극 개발해야 한다.

AMI뿐 아니라, 스마트 홈, 스마트 커뮤니티, 각종 보안서비스 등 넓은 확장성을 가지고 있는 스마트그리드는 기존 기술보다는 미래기술에 기반을 두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접근해야 한다. 안정적인 시스템 운영을 위한 기술적 완성도는 기본이고, 여기에 국내 다양한 비즈니스에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검증도 이루어져야 한다. 이미 선진국과 비교해서 많이 늦어진 상태에서 선진국을 앞지르려면 4G/5G 기반 IoT 인프라로 서비스를 재정의하는 등 적극적 사업개발에 나서야 한다. 세대교체가 빠른 기술세계의 선두경쟁에서는 앞선 생각이 성공 비결이다.

장석권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changsg@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