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시대적 환경을 ‘포스트 노멀 사회’라고 한다. 포스트 노멀 사회는 갑작스럽게 등장한 것이 아니다. 정보통신기술의 등장으로 예정됐던 것이 요즘 구체화된 것에 불과하다.
2014년 벽두에 이건희 회장은 ‘한 치 앞도 보이질 않는다. 모든 것을 다 바꾸어야 한다’고 절박한 심정을 토로했다. 현재 삼성의 미래는 말 그대로 한 치 앞도 보이질 않는다. 삼성의 마땅한 차세대 먹거리가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갤럭시 S6가 호평을 받는 듯하지만 차세대 먹거리라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우리는 이 불확실성의 시대를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뉴 노멀(New Normal)’이 도래했다는 주장도 있으나 이는 희망에 불과하다. 뉴 노멀의 내용은 이를 주장하는 집단의 정치적 혹은 경제적 이해관계를 반영하고 있을 따름이다.
인공지능으로 인한 지식노동의 대체는 인간의 노동 가치를 극도로 낮출 수 있다. 100세 이상의 기대수명 증가로 사회, 정치, 교육구조의 변혁이 필요하다. 한계비용이 제로에 가까워지면 전 세계적인 독과점이 일반화될 수도 있다. 아직 뉴 노멀이 오지는 않은 것이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극도의 양극화 현상 그리고 형식적 법치주의의 만남은 봉건적 자본주의 체제를 구현할 가능성이 높다. 영화에서 비추어지는 미래상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AI나 스마트 로봇으로 인간은 노동으로부터 해방될 수도 있다. 혹은 인류는 아바타나 혹은 사이버 공간에서 모든 쾌락을 탐닉할 수도 있다. 미래에 가능한 뉴 노멀은 매우 다양하다.
뉴 노멀을 우리가 만들어 나가기 위해선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첫째, 목적지를 정해야 한다. 우리에게 가능한 미래상을 합리적으로 그리고, 그 중에서 우리가 희망하는 미래상을 결정해야 한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국제정세의 변화 그리고 거시 역사에서 배우는 역사의 패턴 속에서 우리는 가능한 미래상을 합리적으로 그려볼 수 있다. 단기 미래를 그리는 것도 어렵다는 현실적 고민이 있으나, 우리는 미래를 예측하려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만들어 가려는 것이다.
둘째, 거친 파도를 헤쳐 나갈 수 있는 배를 준비해야 한다. 우리 사회나 조직의 회복탄력성을 높여야 한다. 복잡계의 세계에서 소수의 리더가 모든 것을 알고 통제할 수 있다는 환상은 버려야 한다. 다가오는 위험 중 어떤 것은 누구도 경험하지 못했고 예측할 수 없는 것이다. 통제가 가능하다는 환상이 우리 사회와 조직을 비탄력적으로 만든다. 예측 불가능한 미래의 위험에 우리가 타고 있는 배를 침몰하게 할 수 있다. 이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방법은 자율성을 높이는 것이다. 우리 사회와 조직을 자율적이고 자발적인 의사결정 시스템으로 재구성해야 한다.
셋째, 항해술을 배워야 한다. 불확실한 시대에 필요한 항해술은 창의성이다. 창의성의 핵심은 연계지능이다. 지식과 지식이 만나는 곳, 비즈니스와 비즈니스가 부딪히는 곳에서 창의의 불꽃이 튄다. 이를 위해서는 협업정신이 있어야 한다. 조직 내에 있는 사일로를 허물고, 조직 밖의 전문성과 연계해 오픈 이노베이션을 이뤄내야 한다.
넷째, 먼 대양을 항해할 수 있을 용기를 지녀야 한다. 리더는 셀프 카니발리즘(self-cannibalism)을 실천해야 한다. 재무적 효과에 눈과 혀가 마비되면 안 된다. 재무적 경제효과를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과거에는 미래성장 동력을 파는 것이었고, 현재는 지금의 성장동력에 안주하는 것이다. 매년 셀프 카니발리즘의 대상을 검토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 거친 바다를 항해할 수 있는 방법을 공유해야 한다. 불확실성 시대는 우리나라만 당하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다행인 것은 다른 나라도 모두 겪고 있다. 우리가 현명하게 대처 할 수 있다면 위대한 국가,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다. 모두 이 안개 낀 대양을 건너는 모험을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윤기영 FnS컨설팅 대표 synsaj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