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고발요청권 발동은 정부 부정부패 척결 기조와 맞닿아 있다. 20년 동안 잠을 자던 고발요청권까지 꺼내 이미 한 차례 제재가 가해진 기업에 다시 ‘칼’을 들이댄 것은 “과감하게 부정부패를 뿌리뽑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이완구 국무총리는 지난 12일 취임 후 첫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부정부패를 발본색원하겠다”고 밝혔다. 이 총리는 “모든 역량과 권한, 수단을 총동원해 구조적 부패 사슬을 과감하게 끊어낼 것”이라며 “우리 사회 곳곳에 뿌리박고 있는 고질적 적폐와 비리를 낱낱이 조사하고 모든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 엄벌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부정부패 척결 선언 이틀 전인 10일 김진태 검찰총장은 새만금방수제 담합으로 과징금 처분을 받은 SK건설을 공정위가 고발하도록 고발요청권을 행사했다. 이어 17일 김 총장은 간부회의에서 부정부패 척결에 매진하라며 “내사를 정밀하게 해 수사에 착수하면 가장 이른 시일 내에 환부만 정확히 도려내고 신속하게 종결하라”고 지시했다.
종전 검찰은 4대강·자원외교·방산(사자방) 비리 수사에 역량을 집중했다. 하지만 이번 건설사 담합 사건까지 수사망이 넓어지며 업계는 검찰의 사정이 전방위로 확대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검찰만이 아니다. 부정부패 척결에 경찰, 국세청,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 등 사정기관이 총동원되는 태세다. 추경호 국무조정실장은 지난 20일 “각 기관은 부기관장을 책임관으로 하고 과제별 전담관을 지정해 추진하는 등 이번 부정부패 척결에 막중한 책임의식을 갖고 조직역량을 집중해달라”고 주문했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23일 전국 경찰 지휘부 회의에서 “부정부패 척결은 하면 좋은 것이 아닌 반드시 해야 하는 시급하고도 중차대한 과제”라며 “각종 비리와 범죄를 근절하는 데 경찰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토착·권력형 비리, 고질적 민생비리, 생활밀착형 안전비리 척결에 힘을 쏟는다. 경찰청 차장이 팀장을 맡아 정보·범죄정보·수사·감사·생활안전 등 관련 기능이 참여하는 ‘부패척결 태스크포스(TF)’와 수사국장을 팀장으로 한 ‘부패척결 수사실무 TF’를 꾸릴 방침이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