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 8레벨 측파연구대(8VSB) 가입자 수가 2만 가구를 돌파했다. 정부가 지난해 3월 케이블TV에 8VSB 전송 방식 허용한 이후 1년만에 거둔 성과다.
아날로그 케이블 가입자가 별도 셋톱박스 없이 고화질(HD) 디지털 방송을 시청할 수 있어 8VSB 가입자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예상보다 8VSB 보급이 지지부진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실정이다.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 CMB(부회장 이한담)은 이달 기준 전국 161개셀(Cell)에서 아날로그 케이블 가입자 2만626가구가 8VSB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셀은 일정 가구 수를 묶은 단위다.
CMB는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67개셀을 8VSB로 전환했다. 올해는 공격적 마케팅 활동을 추진하며 3개월여만에 100여개셀을 8VSB로 유치했다.
CMB 관계자는 “디지털 화질 장점, DtoA(Digital to Analog) 컨버터 무상 제공 혜택 등을 앞세워 적극적 영업 활동을 펼쳤다”며 “다른 MSO와 개별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도 8VSB 서비스 상용화에 속속 나서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8VSB는 지상파 방송이 사용하는 디지털TV 전송방식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해 일반 방송채널사업자(PP) 채널에 8VSB 전송 방식을 적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당초 케이블TV 업계는 8VSB가 허용되면 디지털 전환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했다. 아날로그 가입자가 추가 비용 없이 디지털 HD 방송을 시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8VSB 서비스 대중화는 예상보다 지지부진하다. 실제로 CMB가 지난 1년간 기록한 8VSB 전환율은 1.5% 수준에 불과하다.
케이블TV는 디지털 케이블 보급 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정부가 세부 규정을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셀 내 모든 가입자에게 일일이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하는 현행 규정 상 서비스를 보급하는데 속도를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전 동의를 받기 위해 투입되는 대규모 인력과 비용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또 개별 8VSB 가입 희망 가구는 셀 내 모든 가입자가 동의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어 가입자 이탈 현상도 우려됐다.
케이블TV 관계자는 “단체 수신 계약은 개별 가입자가 아닌 입주자 대표 회의가 계약 당사자로 명시됐다”며 “입주자 대표 회의 이외에 추가로 개별 가입자에게 100% 전환 동의를 요구하는 것은 주택법령과 공동주택관리규약이 정한 요건 이상을 강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가 주택법 등을 고려해 유료방송 서비스 선택권을 개별 가입자가 아닌 입주자 대표 회의가 행사하도록 정책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