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경제가 도래하면서 친환경 수소 생산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특히 전기화학적으로 물에서부터 수소를 생산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가 많다. 하지만 많은 연구에도 불구하고 최적의 전이금속 기반 화합물 후보군에 대한 정보가 미흡하며 이에 관한 데이터베이스 구축 및 원자단위에서의 체계적인 신소재 설계가 전무한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미래 대체에너지 ‘수소’ 생산을 위해 쓰이는 고가의 백금 촉매를 대체할 수 있는 황화니켈 촉매 원천기술을 개발했다. 황화니켈 가격은 백금의 100분의 1 이하로 낮아 수소 생산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원장 이병권) 유성종 박사팀은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성영은 교수, 카이스트 생명화학공학과 이현주 교수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나노 크기 구조의 단결정 황화니켈을 사용해 수소를 발생하는 시스템을 구현했다고 29일 밝혔다.
수소는 친환경에너지로 세계 각국에서 연구 개발이 활발하다. 이 중 수소 스테이션 등 수소를 바로 발생시켜 공급하는 방법에 주목하지만 물의 전기분해법은 에너지 이용 효율이 낮고 전극을 소형화해야 하는 등 해결과제가 남아있다. 또 수소 발생용 전극 재료로는 백금이 가장 우수하지만 비용이 높기 때문에 백금을 대체하는 대체 재료 개발이 요구된다. 백금촉매는 전체 수소 생산 비용의 30%를 차지할 정도다.
유성종 박사팀은 기존 희소 금속인 백금 기반 촉매보다 뛰어난 저가의 니켈기반 화합물에 주목하고 계산과학에 기반을 둔 설계로 황화니켈이 수소발생을 위한 촉매 중 활성도가 우수하다는 것을 밝혔다. 연구팀은 단결정 나노 구조의 황화니켈 화합물을 합성하는 데 성공했고 합성된 황화니켈 나노 입자의 전기화학적 활성이 극대화됨을 확인해 촉매 성능의 우수성을 구명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단결정 황화니켈 나노 입자들은 표면에서 니켈 금속과 황 사이 강한 전자 상호작용에 의해 니켈금속 전자 구조를 변형시켰고 수소 발생 반응에 유리한 촉매 활성점을 극대화했다. 이는 유무기 복합체 사이의 전하 전달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세계 최초로 밝힌 것이다.
이렇게 개발한 황화니켈 화합물 나노 입자는 전기화학적 활성을 극대화할 수 있어 그동안 물 분해 반응에 많이 사용되던 순수 니켈 촉매 활성보다 2배를 넘어서는 성능을 보여줬으며 백금과도 동등한 수준을 나타냈다.
황화니켈 화합물은 지구상에 풍부하게 존재하는 니켈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가격이 저렴한 것이 장점이다. 니켈 금속은 가격이 ㎏당 14달러 수준에 불과하고 단결정 황화니켈 화합물 합성조건 역시 1단계 공정이다. 따라서 제조비용이 백금을 사용한 기존 공정에 비해 100배 이상 저렴해 촉매로 개발했을 때 저비용, 고효율 촉매가 된다.
개발한 촉매는 전기화학적 촉매 반응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분자친화도를 조절할 수 있어 연료전지 및 다른 전기화학 반응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유성종 KIST 박사는 “미래 청정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재생에너지를 통해 물에서 수소 같은 화학에너지로 변환하는 기술의 상용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번 연구는 수소에너지 상용화를 한 발 앞당겼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촉매합성과 설계부문, 분석으로 나눠 진행했으며 촉매합성연구 및 분석은 KIST 연료전지연구센터와 KAIST에서, 설계연구는 충북대와 서울대에서 주도적으로 수행했다.
연구결과는 재료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나노스케일(Nanoscale)’ 28일자 표지논문으로 게재될 예정이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