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기업 상생협력은 의무다

대기업 매출과 수익이 매년 늘어났지만 대기업 협력업체 경영 환경은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대 제조업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 주요 대기업은 세계 일류 기업으로 부상한 반면에 소위 후방업체로 불리는 협력업체는 수익성이 저하되고 장기 성장 기반도 취약해진 것으로 분석됐다. 이 현상이 가장 뚜렷한 대기업은 삼성전자와 현대차다. 두 회사 모두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이후 영업이익률이 꾸준히 늘어났다. 삼성전자는 한 자릿수였던 영업이익률이 2010년부터 두 자릿수로 뛰어올라 매년 빠르게 상승세를 탔다. 영업이익도 급증했다. 현대차도 같은 시기에 9~10%대 영업이익률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에 두 대기업 협력사는 영업이익률이 매년 줄어들었다. 매출은 대기업과 같이 늘었지만 수익성은 떨어졌다. 많은 협력사가 매년 납품단가 인하 요구에 못 이겨 허리띠를 졸라맸기 때문이다. 협력사 줄어든 수익은 고스란히 대기업 몫으로 돌아갔다.

문제는 제조업 전반에 걸쳐 체력이 저하되는 것이다. 수익성이 악화된 대기업 협력사가 고용이나 연구개발 투자를 줄이게 되고 이로 인해 경쟁력이 현저하게 약화된다. 이번 조사에서 대기업 계열사 고용과 평균 급여 증가세가 비계열 협력사에 비해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수년째 이 추세가 이어지면서 평균 임금 수준 차이도 크게 벌어졌다.

제조업 분야 빈익빈 부익부가 갈수록 심화됐다. 이 같은 현상이 업종 전반에 걸쳐 드러난다는데 심각성이 있다. 우리나라 특유의 대기업 쏠림현상이 불러온 결과물이다. 대기업은 수년째 상생협력을 외쳤지만 정작 후방기업은 고혈을 짜내면서 버티고 있다. 협력사가 어려워지면서 고용도 둔화됐다. 일자리가 줄어든 주된 이유로 결국 경기악화까지 불러들였다. 제조업은 국가 토대 산업이다. 기반이 무너지면 모두가 넘어간다. 상생은 대기업이 후방기업에 선심 쓰듯 베푸는 게 아니다. 함께 살아가기 위해 당연히 지켜야할 의무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