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근대 자본주의가 태동한 이후 오랜 기간 동안 입출금·대출·투자·보험 등 모든 금융 기능은 금융회사가 독점했습니다. 그러나 정보기술(IT) 발달과 스마트폰 등장은 금융 산업의 기본 틀마저 뿌리째 흔들고 있죠. 이른바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의 융합 ‘핀테크(FinTech)’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핀테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적으로 급속도로 발전했습니다. 현재 중국·미국 등 주요 국가들은 규제를 완화하고 지원을 확대해 핀테크 산업 육성에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뒤늦게 핀테크 산업 육성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금융 회사의 강력한 견제와 비효율적 규제 시스템은 우리나라 핀테크 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Q:핀테크가 뭔가요?
A:핀테크는 올해 금융 산업을 강타하는 핵심 키워드로 부상했습니다. 기본 개념은 정보기술을 이용해 금융거래 구조, 제공방식, 기법 등이 새로워진 서비스를 의미합니다.
사실 광의의 개념으로 보면 PC통신 뱅킹, 인터넷뱅킹, 스마트폰 뱅킹도 핀테크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기존 금융 IT서비스는 금융회사, 특히 은행 중심으로 오프라인 지점 중요성이 강조돼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핀테크는 스마트폰을 매개로 플랫폼 업체와 인터넷 기업이 직접 금융 업무를 취급하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금융 산업 변화를 촉발하는 시발점이 된 거죠.
Q:핀테크가 발달하게 된 배경은 뭘까요?
A:핀테크가 급부상한 주요 배경 중 하나로 글로벌 금융 회사 수익성 하락을 꼽을 수 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금융회사 수익률은 이전 대비 절반 이하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인기 있는 금융 상품은 점차 사라졌습니다. 세계적 저금리 기조도 금융 회사 실적 악화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핀테크는 금융 산업을 고부가 중심으로 탈바꿈시킬 구원 투수로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다만 글로벌 IT 기업이 새로운 경쟁자로 부상한 만큼 위기와 기회는 상존하는 셈입니다.
Q:핀테크 확산으로 수혜를 보는 산업과 피해를 보는 산업은 뭐가 있을까요?
A:핀테크가 확산되면 기존 금융 회사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동안 금융 회사는 시장을 독점하면서 상당한 지위를 누렸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핀테크로 무장한 글로벌 IT 기업이 금융시장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습니다. 이제 금융회사는 글로벌 IT 기업과 치열한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죠.
핀테크 시대에 수혜를 보는 산업도 적지 않습니다. 가장 먼저 개화할 산업은 보안입니다. 보안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기존 소비자는 새로운 핀테크 서비스를 사용하는 것을 꺼릴 겁니다. 핀테크 서비스 제공 업체도 보안이 더욱 중요해지죠. 고객 정보가 해킹 당할 경우 예상치 못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핀테크 시장이 확대되면서 반도체·디스플레이뿐만 아니라 근거리무선통신(NFC) 안테나·생체인식 기술·센서 등 다양한 산업이 발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IT 소재·부품 시장에서 나름의 기술력을 확보한 우리나라가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가능성도 많습니다.
Q:핀테크 산업 육성을 위해 세계 각국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A:영국 핀테크 산업은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고 있습니다. 정부 차원에서 핀테크 산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채택해 규제완화, 자금지원 등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실리콘밸리와 뉴욕을 중심으로 핀테크 산업이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영국보다 핀테크 산업 발전 속도가 느렸지만 지난해 본격적인 투자가 단행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페이스북·구글·이베이 같은 글로벌 IT 기업은 이미 금융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최근 애플이 공개한 애플페이는 보안성과 편리성을 모두 갖춰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중국도 핀테크 산업 발전이 활발합니다. 기존 금융 인프라가 워낙 낙후된 상황이어서 오히려 신용카드 시대를 넘어 핀테크 시대로 직행하고 있죠. 세계적 온라인 쇼핑몰 업체 알리바바는 알리페이 서비스를 선보여 중국 금융 시장을 장악했습니다.
◇‘고객이 열성 주인이 되는 소셜네트워크 시대’ 조나단 프룻킨 지음. 이영구 옮김. 골든어페어 펴냄.
크라우드펀딩은 주로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십시일반으로 자금을 모으는 방식으로 소셜펀딩이라고도 한다. 금융(Finance)에 정보기술(Technology)이 융합되었다는 의미의 핀테크(Fintech)도 상당 부분 크라우드펀딩을 뜻한다. 이 책은 앞으로 소규모 기업과 스타트업이 일반 투자자로부터 어떻게 자금을 모을 수 있는지,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변화 방향을 보여주며 전략을 제시한다. 크라우드펀딩 개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해비타트, 레크리에이션 이큅먼트(REI), 위키피디아 등 사례를 들어 소셜네트워크 시대로 변하면서 어떻게 지분투자형 크라우드펀딩이 부상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보여준다.
◇‘디지털뱅크, 은행의 종말을 고하다’ 크리스 스키너 지음. 안재균 옮김. 미래의 창 펴냄.
은행 경쟁 상대는 더 이상 은행이 아니며 앞으로는 구글, 페이스북, 혹은 애플, 삼성과 경쟁해야 하는 시대가 다가올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이처럼 IT와 데이터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세계 금융시장에서 은행은 어떤 미래상을 그려야 하는가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이 책은 크게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디지털뱅크 설명과 더불어 금융권의 미래 전망을 제시하고 있으며, 2부에서는 현재 핀테크와 디지털뱅크 전략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대표 은행을 소개한다. 저자는 이들 은행의 대표 및 실무자들과 인터뷰를 통해 은행 성공 전략을 들려주며 핀테크가 우리의 금융 환경 전반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티핑포인트가 머지않았음을 강조한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