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핵심인 ‘지불결제 산업’이 카드를 긁는 시대에서 스마트폰을 갖다 대는 ‘NFC 결제’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반면에 국내 핀테크 산업은 업체 간 이해가 상충하면서 기술적 혼재로 ‘서비스 혼란’에 빠져드는 모양새다.
30일 시장조사업체 버그 인사이트(Berg Insight)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NFC POS결제 단말기 출하량이 950만대를 넘어섰다. 유럽과 중국 등이 NFC 기반 결제 단말기를 현지에 보급하면서 결제 인프라가 NFC 연동 형태로 몰리고 있다.
NFC 기반 POS단말기 연평균 성장률은 28.4%로 지난해 2140만대에서 2019년에는 7490만대로 네 배 가까이 증가한다.
한국은 미국 등 해외 주요국보다 가장 먼저 NFC 관련 보급 사업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수요 예측 실패와 정부 무관심, 금융과 통신사 등 참여 사업자 간 ‘이전투구’로 빛을 보지 못하고 중국과 유럽 등에 샌드위치가 될 위기에 내몰렸다.
비자 ‘페이웨이브(PayWave)’, 마스터카드 ‘페이패스(Paypass)’, 중국 은련 ‘퀵패스(QuickPass)’ 등 비접촉 기반기술이 한국까지 외연을 확대하면서 세계 NFC 기반 결제는 대중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중국과 유럽 성장세가 무섭다.
은련이 자체 개발한 NFC POS단말기 ‘샨푸’는 이미 현지에 400만대 이상이 보급됐고 결제 비중도 급증하고 있다.
은련 관계자는 “비접촉지불방식이 소비자 결제 습성을 바꿔놓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은련은 한국에 샨푸 서비스를 개시했다. 홍콩과 마카오에 360만대 이상 NFC 기반 POS를 보급했다.
최근 애플페이와 삼성페이 시장 경쟁이 촉발된 미국도 오는 10월 MS카드 방식에서 IC카드 결제로 전환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한국이 한발 앞서 IC카드 전환 사업을 추진 중이지만 사업자 간 이해관계가 얽히며 개점휴업 상태다. 반면에 미국은 정부 주도로 모든 IC카드 결제 인프라에 비접촉식 결제 방식을 기본적으로 포함시켰다.
핀테크 산업이 가장 발달한 영국은 최근 NFC 기반 비접촉식 결제 방식으로 모든 인프라와 결제 패턴을 바꾸고 있다. 비씨카드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영국 내 비접촉식 카드 발급 수는 2008년 154만6700장에서 2009년 683만7300장, 2010년 1287만6800장, 2012년 3100만8600장, 2013년 3812만3600장, 2014년 5800만6300장으로 40배 가까이 증가했다. 결제 건수는 2008년 16만건에서 2011년 552만건, 2014년 3억1923만건으로 폭증세다.
NFC 결제가 활성화되면서 결제금액도 급증세다. 2008년 NFC 결제 금액은 39만파운드에 그쳤지만 2014년엔 23억2435만파운드로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유럽과 중국, 미국까지 NFC 인프라 보급과 표준화 전쟁에 돌입했지만 정작 한국은 ‘정부 주도 간편결제’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해외 주요국은 소비자 패턴을 고려해 NFC를 차세대 결제 핀테크 사업으로 육성하고 이종사업자 간 ‘호환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들 국가가 말하는 호환성이란 단순히 결제 단말기와의 기능동작 여부가 아닌 결제산업 이해관계자와의 호환성, 소비자 행동양식과의 호환성을 모두 포함한다.
장석호 비씨카드 지불결제연구소장은 “국내에 여러 결제 기술이 혼재된 상태에서 루프페이 방식, 코인 방식, HEC, 토큰 등 해외 신기술이 오프라인 인프라에 시도될 것”으로 예상하며 “소비자 행동양식을 우선 배려하는 시도가 사업 참여자 간 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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