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SK텔레콤의 영업정지(신규·번호이동금지, 기변 가능) 시기 결정을 보류했다. 갤럭시S6 출시일인 4월10일 이전은 물론 4월내에도 시행되지 않을 공산이 커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은 한숨을 돌리게 됐다.
방통위는 30일 정례회의를 열고 “SK텔레콤의 신규모집금지(7일간)를 즉시 시행하지 않고 향후 국내·외 시장상황, 이동통신시장 과열 정도, SK텔레콤의 시정명령 이행과 개선노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키로 했다”고 밝혔다. 시행기간 설정은 추후 더 논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방통위는 지난 26일 전체회의에서 SK텔레콤이 유통점 지원금 과다지급 등으로 단통법을 위반했다며 영업정지 7일과 과징금 235억원을 부과했다. 영업정지 시기는 민감한 사항이기 때문에 이번 정례회의에서 다시 결정키로 했다. 일부 위원은 조속한 시행을 주장했지만 냉각된 시장 상황을 반영해 탄력적으로 운영하자는 데 무게가 실렸다.
업계는 방통위가 삼성전자 갤럭시S6와 LG전자 G4 출시가 예상되는 4월에는 SK텔레콤에 영업정지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영업정지가 내려지면 SK텔레콤은 해당 기간 동안 신규 가입자를 모집하지 못한다. 경쟁사로 고객 이탈이 늘어난다. 갤럭시S6와 G4 등 신규 스마트폰 판매에 미칠 영향도 초미의 관심사였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알뜰폰을 제외한 국내 이동통신 시장 신규와 번호이동, 기기변경 비율은 각각 36%, 29.2%, 34.8%다. SK텔레콤은 일주일 동안 65.2%에 해당하는 영업 기회를 상실한다. 34.8% 기기변경으로 신규와 번호이동 손실을 만회해야 한다. 시장이 침체된 마당에 해당 기간 동안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게 SK텔레콤의 입장이다.
반면에 다른 통신사들은 SK텔레콤에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기변과 번호이동 간 지원금이 동일해 단통법 시행 이전보다 기기변경이 늘어났다. 전체 가입자 절반을 SK텔레콤이 보유했기 때문에 일주일 신규·번호이동 금지로는 손실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SK텔레콤은 가능하면 영업정지 기간이 늦춰지기를 바랐다. 신제품이 출시되는 시기(4월)에는 경쟁사들이 구형 단말 제고 마케팅에 힘을 쏟는다. 신제품 출시 이후에는 번호이동이 많이 일어나기 때문에 가능하면 4월이나 5월 초는 피하는 게 유리하다.
삼성전자나 LG전자도 해당 기간에 SK텔레콤 영업정지는 달가울리가 없다. 지난해 11월부터 불고 있는 애플 아이폰6, 아이폰6플러스 열풍이 가시지 않고 있다. 국내 시장의 아이폰6 월 판매 점유율은 30%에 육박하지만 LG전자와 삼성전자 점유율은 종전보다 10~15%포인트 떨어졌다.
물론 KT와 LG유플러스가 제품을 더 팔 수도 있다. 하지만 최대 고객을 보유한 SK텔레콤이 번호이동과 신규 가입을 받지 못하면 갤럭시S6와 G4 흥행에도 피해가 갈 수밖에 없다. 방통위가 시장상황을 고려해 영업정지 기간을 정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통신사 한 관계자는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통신사 지원금 하향으로 전체 번호이동이 줄고 통신시장이 냉각돼 있다”며 “단통법 6개월 실적을 점검하는 상황인데다 제조사별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어 쉽게 영업정지 기간을 결정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이동통신 가입 유형별 비중(단위:%) / 자료:미래창조과학부. 3월22일 현재, 알뜰폰 제외>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