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트]창조경제의 답은 교육행정과 정책이다

[이슈&인사이트]창조경제의 답은 교육행정과 정책이다

며칠 전 서울시가 지원하는 다양한 창업기업들을 평가할 기회를 가졌다. 하드웨어 제조 기업을 설립한 젊은 창업가의 발표를 듣던 필자는 이 기업 부장은 회계학 전공인데 직무는 하드웨어 개발이며, 과장은 경영학 전공인데 직무는 회로설계라는 해괴한 발표 자료를 보았다. 이 무슨 비리일까. 진상규명위원장의 중책을 자임하고 나선 필자의 날카로운 질문을 받은 젊은 창업가는 묵묵히 대답했다. 모두 중국에서 대학을 졸업하며 문·이과 복수전공을 했다는 것이다. 할 말을 잃은 진상규명위원장의 모골은 송연해졌다.

뿌린 만큼 거둔다는 말이 있다. 대학교 기숙사에서 밤잠을 설쳐가며 복수전공이라는 씨앗을 뿌린 중국 창업가는 능히 1인 2역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므로 열매 역시 2인분 이상 충분히 거둘 것이다. 하지만 잘해야 1인 1역, 그것도 TV로 영어 시험 준비하고 로또 같은 입시 전형을 거쳐 대학에 입학이 가능하고, A학점을 받기 위해 B학점 받은 과목을 한 번 더 수강하며 한 가지만 전공하고 의례상 한 학기 정도 외국에 나가 어학연수나 하고 온 실력뿐인 우리 젊은 창업가는 뿌린 것이 적으니 거두는 열매도 당연히 적을 수밖에 없다.

창조경제 실현은 가능할까. 젊은 두뇌로 이종 학문을 섭렵한 중국 창업가는 혼자서도 뭔가를 창조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한 가지 밖에 모르는 우리 젊은 창업가가 무 써는 칼이라도 창조하기는 몹시 어려워 보인다. 왜냐하면 절대로 많이 뿌릴 필요 없다는 일부 기성세대의 잘못된 훈수에 따라 그동안 뿌린 씨앗 수가 빈약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우리 젊은 창업가 두 명이 모인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이종 학문 간 소통 문제 때문이다. 결국 하나의 머릿속에 이종 학문을 융합한 중국 창업가 1인이 할 일을 우리는 젊은 창업가 2.5명 정도가 모여야만 할 수 있을 것이다. 인구도 13억명 대 0.5억명으로 불리한 데 창조적 능력마저 2.5 대 1이니, 이는 65 대 1에 해당한다. 압도적 격차다. 그러니 우리 젊은 창업가는 당연히 중국 창업가를 감당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중국의 추격에 우리나라가 그나마 이 정도 버티는 것도 다행일 뿐이다.

더욱 어려운 문제는 21세기 지식기반 시대에 우리 젊은 세대의 지식 경쟁력은 한없는 나락으로 추락하고 있지는 않은지 걱정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현행 교육 정책은 하향 평준화된 고등학교, 중학교, 초등학교 교육과정의 질과 난이도를 매년 더 낮추고 있다. 몇 년만 지나면 대학교, 대학원 교육도 평준화하자는 정책이 나올 것 같기 때문이다. 이러다가는 대학생도 ‘엄마’ 손잡고 사교육을 거쳐야만 취직할 수 있지 않을까 걱정된다.

여기에 한 수 더 뜨는 지방자치 제도도 있다. 우리 미래 엘리트를 양성하며 그나마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일부 특목고를 없애려는 각종 제도와 규제다. 더 나아가 이 세상 어디에서도 듣도 보도 못하고 대한민국 헌법에도 없는 수면의 권리를 주장하며 매년 365시간씩 3년, 총 1,095시간의 수면과 고등학생의 미래 경쟁력을 바꾸자는 정책도 있다. 그 결과 우리의 젊은 세대는 기껏해야 1인 1역이나 겨우 감당할 수 있는 단면적 인재로나 성장할 것이며, 1인 2역을 소화해내는 이웃 청년에게 치이며 이들을 부러워하게 될 것이 뻔하다.

해외에서 22년 반을 지내는 바람에 할 수 없이 두 딸을 미국에서 키운 필자는 우리나라 교육 정책의 등살에 휘둘리지 않고 자녀 교육을 마친 점을 무척 다행스럽게 생각해왔다. 하지만 그 날 복수전공으로 무장한 젊은 창업가를 만난 이후 필자의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차라리 중간에 미국에서 중국으로 이주해 두 딸을 복수전공 시킬 것을 후회막급이다.

심영택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초빙교수 yshim@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