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바이오]병원정보시스템 도입, 대형에서 중견으로…`데이터 활용`과 `패키지 도입`이 고민

환자 진료정보를 자동으로 저장·분류·전송·분석하는 전자의무기록(EMR)시스템이 도입된 지 10년이 지났다. 그동안 대형병원은 앞다퉈 1000병상 이상 규모로 외형을 확장했다. 중견병원도 700~800병상 규모로 늘려 상급종합병원 승격을 추진한다. 300~500병상 규모 병원도 최근 진료과목을 다양화했다. 병원 대부분은 EMR시스템 등 병원정보시스템 고도화와 도입이 큰 고민거리다. 표면적 고민은 모두 ‘비용’이다. 안을 들여다보면 병원 규모별로 고민이 제각각이다.

[의료바이오]병원정보시스템 도입, 대형에서 중견으로…`데이터 활용`과 `패키지 도입`이 고민

1200병상을 갖춘 A병원. 2000년대 초반 도입한 EMR시스템이 급변한 진료환경과 보험제도를 반영하다 보니 복잡해졌다. 데이터 불일치 등으로 더 이상 시스템 운영이 어려워졌다. 400병상에서 두 배 가까운 700병상 규모로 확장한 B병원. 엑셀 수준 전자차트시스템으로는 더 이상 늘어난 환자와 복잡해진 진료업무를 처리할 수 없다. 300병상 규모의 C병원. 대형 병원처럼 대규모 병원정보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은 무리다. 비용이 적게 드는 패키지를 도입하고 싶지만 병원 환경에 딱 맞는 패키지가 없다.

◇대형병원, 데이터 활용이 차세대 배경

일부 대형병원은 A병원처럼 2000년대 초반이나 이르면 1990년대 후반에 EMR 등 병원정보시스템을 도입했다. 지난 10여년간 진료환경과 보험제도는 급변했다. 병원 경영환경도 어려워졌다. 환자 수준이 높아지면서 서비스 요구도 다양해졌다.

환경변화 대응을 위해 기존 시스템 대상 수정, 변경을 진행했다. 여러 시스템도 개별 구축했다. 시스템간 상호운용이 이뤄지지 않아 문제가 발생했다. 진료정보 등 데이터 기반 진료 및 의사결정을 할 수 없었다.

산재된 시스템을 통합하는 차세대 병원정보시스템 구축이 시작됐다. 가톨릭중앙의료원, 분당서울대병원 등이 대표적이다. 상당수 병원이 차세대 병원정보시스템을 구축했지만 여전히 많은 대형 병원이 병원정보시스템 고도화를 놓고 고민 중이다.

대형 병원이 차세대 병원정보시스템 구축을 고민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진료정보 공유 때문이다. 빅데이터 분석 기술이 일반화되면서 병원도 앞다퉈 진료정보를 활용한 다양한 사업이나 서비스 모델 개발에 나섰다. 그러나 개별 구축된 시스템으로는 데이터가 불일치해 분석이 불가능했다. 삼성서울병원, 아산서울병원 모두 데이터 활용에 초점을 맞춘 차세대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병원 관계자는 “은행이 정보계시스템을 도입, 고객 서비스 수준을 높인 것처럼 병원도 임상정보데이터웨어하우스 등 분석계시스템을 도입, 환자 서비스 수준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다른 고민은 프로세스 개선이다. 경영환경이 어려워지면서 원가 프로세스에 대한 개선 요구가 높다. 과거 병원이 구매하는 기자재와 의료기기 등은 원가분석을 하지 않았다. 소모품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경영환경이 어려워진 후 병원도 의료구매대행(GPO)을 도입하는 등 원가 절감에 적극적이다. 병원정보시스템과 경영지원시스템 연동은 필수다.

◇중견병원, 패키지 솔루션 도입 ‘고민’

중견병원도 병원정보시스템 도입을 놓고 고민한다. 500~1000병상 규모 중견병원은 2000년대 이후 EMR 도입을 본격화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많은 중견병원이 EMR 없이 수기로 차트를 작성한다. 의료IT 관계자는 “500병상 병원 200곳 중 100곳이 EMR을 도입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중견병원이 병원정보시스템을 도입할 때 가장 큰 고민은 비용이다. 대형병원처럼 수백억원을 투입해 시스템통합(SI) 형태로 EMR 등 병원정보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쉽지 않다. 패키지 형태의 EMR 등 병원정보시스템 솔루션을 도입, 구축하기를 원한다. 문제는 병원에서 원하는 최적화된 EMR 등의 패키지 솔루션이 시장에 많지 않다는 것이다.

의료IT업체 관계자는 “통상 500병상 규모가 넘어가면 진료 과목, 진료 프로세스, 진료 용어 등이 병원마다 제 각각”이라며 “패키지 솔루션만을 적용해 최적화할 수 없다”고 말했다. 병원에 맞는 최적화작업(커스터마이징)을 위한 추가 SI 사업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시스템 구축 후 유지보수 비용도 고민이다.

중견병원은 두 종류다. 한 종류는 대형병원과 경쟁하기 위해 무리해서라도 40억~50억원을 투입, 병원정보시스템을 구축한다. 중견병원 관계자는 “환자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의료인증 평가가 중요하다”며 “의료인증을 받기 위해 EMR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종류는 EMR시스템을 구축하지 않고 수작업으로 진료차트를 작성하는 병원이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

김홍기 한국후지쯔 헬스케어사업본부장

-병원정보시스템 도입 시 고려해야 할 사항은.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은 미래 활용가치이다. 병원정보시스템은 지속적으로 기능이 확장되고 업무 프로세스 변화 요구도 발생한다. 정보시스템 사용기간 동안 사용자 요구를 계속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유지보수 비용을 최적화 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 시스템이 필요하다. 백화점식 패키지 도입보다 원소스 기반 통합솔루션을 도입해야 한다. 정보활용성 증대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

-성공적 병원정보시스템 도입 요건은.

▲구축방법론을 도입해야 한다. 구축방법론은 과거 프로젝트 경험 기반으로 실패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기법이 포함돼 있다. 발생 가능한 프로젝트 위험요소를 조기 파악할 수 있고 계량화해 필요한 자원을 신속하게 투입할 수 있다. 구축방법론 도입이 비용 증가와 투입인력 피로를 증가시킨다는 인식 때문에 형식적 도입에 그치는 경우가 있다. 오히려 위험성이 높은 프로젝트는 구축방법론으로 위험성을 낮출 수 있다.

-효과적 병원정보시스템 구축 제언은.

▲한국후지쯔는 병원정보시스템 구축에 대해 3가지 방안을 제시한다. 하나는 중견병원 대상 병원정보시스템 솔루션을 패키지 형태로 제공한다. 내부 헬스케어기술지원센터에서 운영·유지보수팀을 설치해 지원한다. 중대형병원은 운영·유지보수가 가능하다면 기존 병원정보시스템 솔루션에 EMR 기능 추가를 제안한다. 대형병원은 원소스 기반 통합솔루션 적용과 병원 전산조직이 참여하는 프로젝트 수행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