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안전처가 국가재난안전통신망(재난망) 구축사업 세부 추진계획을 확정했다. 이달 시범사업 발주를 시작으로 2017년까지 순차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핵심인 예산 계획이 빠져 본사업 예산확보에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안전처는 31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그동안 정보화전략계획(ISP) 사업에서 마련한 세부 추진계획안을 보고하고 각 부처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최종 확정했다. 올해부터 2017년까지 단계적으로 운영센터(2개소) 구축, 기지국 1만1000개소 설치, 단말기 21만대 보급이 예정됐다. 사업자 선정은 분리발주로 다양한 기업에 참여 기회를 제공할 방침이다.
안전처는 재난IT 산업 육성을 위해 공공안전 LTE(PS-LTE) 구축 성공모델을 발굴하고 해외 시장진출을 돕는다. 중소기업 기술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테스트베드를 구축하고 기술개발 로드맵을 제시할 계획이다. 사업자 선정 시 중소기업 참여비율에 따른 가점을 부여하는 등 중소기업 육성에도 초점을 맞췄다.
1조7000억원으로 도출한 전체사업 예산은 세부계획 보고에서 빠졌다. 안전처는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쳐 추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주 안전처가 기획재정부와 예산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기재부가 “합의가 안 된 사항이니 국무회의에 상정하지 말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시범사업 예산과 계획, 본사업 계획까지만 보고됐다.
지난달 열린 공청회에서 안전처는 시범사업에 470억원, 본사업 8982억원, 2024년까지 운영비 7728억원 등 총 1조7000여억원 사업 예산을 발표했다. 시범사업 예산을 제외한 본사업 예산은 올해 국회 보고 전까지 논의가 지속될 전망이다.
나라 살림을 책임지는 기재부는 1조7000여억원 예산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반면에 재난망 사업 참여 업체들은 1조7000억원으로도 전국망 설치는 무리라는 입장이다.
이미 지난해 말 시범사업 예산이 당초 500억원에 470억원으로 줄었다. 이에 따라 시범사업 기지국 숫자도 40%(344개→205개) 축소됐다.
이를 바탕으로 도출한 본사업 1만1000개소 기지국으로는 전국망 설치가 어렵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게다가 지하 구간은 재난망 구축 계획에서 제외됐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상용망 연계 계획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예산이 더 축소되면 ‘LTE 기반 전국망’이라는 목표는 허울에 불과할 뿐이라는 지적이 비등했다.
안전처는 6월 초까지 시범사업자와 총사업비를 결정할 계획이다. 입찰에서는 모든 사업자가 사업 예정가의 80% 수준을 제시하기 때문에 실제 사업비는 시범사업의 470억원이나 본사업의 1조7000억원보다 줄어든다. 결국 부실 사업을 막기 위해선 적절한 예산을 사전에 확보하는 수밖에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재난망은 소방과 경찰 등 재난기관이 평시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구축해야 하는데 현재 예산과 계획으로는 인가가 드문 지역 등 취약지역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재난대응표준 모델에 5년간 30조원을 투자한다면서 가장 기본인 재난망 예산을 축소하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안전처가 확정한 재난망 구축 계획 / 자료:국민안전처>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