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글로벌 주도권 확보 위한 대승적 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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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익을 위한 대결단’

이번 법적 합의는 양사가 글로벌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대승적 결단이다. 소모적 분쟁을 중단하고 제품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겠다는 강한 의지다. 양사 말대로 ‘엄중한 국가경제 상황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기 위한 조치’다.

그동안 두 그룹의 법적 분쟁은 ‘진흙탕 싸움’으로 불릴 정도로 극한 상황으로 치달았다. 이 때문에 오너가 결정하지 않으면 타협점을 찾기 힘들다는 분석이었다. 국가적으로 미칠 피해 우려가 높았다. 양사가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막대해서다.

TV시장에서 양사는 글로벌 1·2위를 달린다. 세탁기는 LG전자, 냉장고에서는 삼성전자가 글로벌 시장을 선도한다. 여기에 양사는 올해 생활가전부문 글로벌 1위를 선언했다. 수많은 협력사가 삼성·LG전자 글로벌 점유율 확대를 기대하며 기술 개발에 매진한다.

하지만 시장 구도는 녹록지 않다.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지금보다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화해야 하고 빌트인 시장 공략에도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

여기에 중국업계는 지속적으로 해외로 역량을 넓힌다. 내수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으로 쌓은 기술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 바로미터인 미국 등 해외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우리 기업 입장에서는 월풀·GE 등 현지 기업과의 치열한 경쟁뿐 아니라 중국업체 공세에도 대응해야 한다. 여기에 일본업체도 최근 ‘엔저’를 무기로 호시탐탐 과거 영광 재현에 나서고 있다.

이번 분쟁 종결은 양사 최고위선과 법무조직에서만 극비밀리에 진행됐다. 사업부 실무 임원들은 ‘아는 바 없다’ ‘처음 듣는다’는 반응이다. 그만큼 타협 필요성이 있었고 더 이상의 시간 낭비는 부적절하다는 판단에서다.

업계는 이번 일을 계기로 양사간 시너지 창출 기회로 삼기를 바란다. 남인석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부회장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의미 있는 결정”이라며 “앞으로는 세계를 대상으로 힘을 모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기대하는 바도 마찬가지다. 양사는 TV와 가전 모두 차세대 먹거리 발굴이 시급하다. 스마트홈, 차세대 TV 등 양사가 손을 잡는다면 힘을 낼 분야는 많다. 이들 분야는 우리가 시장을 이끌어 온 분야다. 그동안의 성과를 볼 때 우리나라가 차세대 플랫폼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 양사가 힘을 모아 주도권만 쥐게 된다면 부가가치는 다양하게 나타난다. 반면 양사 소모적 분쟁은 글로벌 무한 경쟁시대에 우리 기업이 주도권을 쥘 기회를 잃을 수 있었다. 주도권뿐 아니라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양사간 법적 분쟁으로 해외에서 부정적 기업 이미지가 각인될 수 있어 우려가 많았다”며 “이번 타협을 좋은 선례로 앞으로 재계가 유사한 소모적 분쟁을 없애는 계기로 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준배·서형석기자 joon@etnews.com

※ 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LGD)·삼성디스플레이(SDC))

◇ 2013년

▲ 4월 9일 =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LGD 협력업체 통해 OLED 패널 기술 유출 혐의로 SDC 사업장 3곳과 본사 등 압수수색.

▲ 11월 11일 = 서울지방경찰청, SDC 임직원 7명 및 LGD 협력업체 관계자 4명, 법인 2곳 기소 의견 검찰 송치.

◇ 2015년

▲ 2월 6일 = 수원지법, SDC 기술 유출 혐의로 전 SDC 연구원 집행유예형 선고. LGD 임원과 협력업체 직원 등 2명 벌금형. LGD 임직원 및 법인 등 무죄.

▲ 2월 13일 = 수원지검 특수부, LGD OLED 기술 빼돌린 혐의로 LG 협력업체 사장과 SDC 임직원 4명 불구속 기소. SDC 전무 등 임직원과 다른 협력업체 사장 등 11명 무혐의 처리.

※ 세탁기 (삼성전자·LG전자)

◇ 2014년

▲ 9월 3일 = 조성진 LG전자 사장, IFA 기간 중 독일 베를린 한 가전제품 매장에서 삼성전자 세탁기 고의 파손 의혹.

▲ 9월 14일 = 삼성전자, ‘세탁기 파손 논란’ 조성진 LG전자 사장과 임원 등 업무방해와 재물손괴, 명예훼손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수사 의뢰.

▲ 12월 21일 = LG전자, ‘세탁기 파손 논란’ 관련 삼성전자 임직원 증거위조 및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맞고소.

▲ 12월 26일 =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 ‘세탁기 파손 논란’ 관련 LG전자 서울 여의도 본사 및 경남 창원 공장 등 압수수색.

◇ 2015년

▲ 2월 15일 =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 조성진 LG전자 사장 등 임원 3명 불구속 기소.

▲ 3월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 조성진 LG전자 사장 등 첫 공판준비기일 개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