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물질’ 그래핀으로 만든 첫 제품은 영국에서 개발된 전구로 기록될 전망이다.
BBC,비즈니스인사이더는 지난 달 28일(현지시간) 그래핀 공동발견자인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맨체스터대교수와 영국 그래핀라이팅(Graphene Lighting)사가 세계최초로 그래핀 필라멘트를 사용한 전구 개발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맨체스터대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 대학에서 설계한 그래핀전구가 “몇 달 안에 상점을 통해 경쟁력있는 가격에 판매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맨체스터대는 코스탄틴 노보셀로프와 안드레 가임교수가 공동연구를 통해 나노급 초강력 탄소물질인 그래핀을 처음 발견한 대학이다.
이 전구는 기존 백열전구의 텅스텐필라멘트 대신 그래핀으로 코팅된 발광다이오드(LED)를 사용하고 있다.
베일리교수는 “이 전구는 그래핀 물질의 뛰어난 도전성에 따라 LED전구보다 더 적은 에너지를 사용하면서도 발광 효율이 10% 정도 향상되며, 수명도 더 길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생산비용은 더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까지 이 그래핀전구의 가격, 그리고 수명이 얼마나 긴지 등은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BBC는 이 전구가격이 LED전구 가격인 2만5천원(15파운드)보다 쌀 것이라고 전했다.
이 그래핀전구 상품화가 성공적인 것으로 판명되면 뒤이어 엄청난 그래핀제품들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달 20일 문을 연 영국국립그래핀연구소(The National Graphene Institute)는 이미 전세계 35개 기업들과 손잡고 그래핀관련 제품 개발에 들어갔다. 그래핀 기반의 제품화 목록에는 더 빨리 충전되는 배터리, 플렉서블 터치스크린,경량 비행기 등이 포함돼 있다.
영국정부는 공학물리과학연구위원회를 통해 이 연구소에 3800만파운드(624억원)를 투자한 데 이어 유럽지역개발펀드를 통해 2천300만파운드(377억원)를 추가 투자했다.
조지 오스본 영국재무장관은 지난 달 20일 국립그래핀연구소 개소식에 참석, “이 연구소가 경쟁국 중국,한국을 물리치고 그래핀기술 연구성과의 중심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맨체스터대는 2년 후인 2017년에는 그래핀공학혁신센터(Graphene Engineering Innovation Centre)를 세워 그래핀물질 가공을 통한 상용화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그래핀 물질의 용도는 무궁무진하다. 과학자들도 이 물질로 할 수 있는 것보다 할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를 궁금해 하고 있을 정도다.
BBC에 따르면 그래핀전구를 개발한 그래핀라이팅사는 캐나다인이 투자한 회사로 알려졌다. 또 콜린 베일리 맨체스터대 부총장은 이 회사의 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그래핀은?
그래핀은 지금까지 발견된 물질 가운데 가장 뛰어난 물질로 여겨지고 있다. 이 물질을 상용화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수년 간 연구 및 실험을 거쳤고 마침내 영국에서 상용화 제품을 내놓게 됐다.
그래핀은 머리카락 굵기의 100만분의 1에 불과할 정도로 가늘지만 강철보다 200배나 강하다. 이 같은 성질 때문에 ‘놀라운 물질(wonder material)이란 별명이 붙어 있다.
지난 2004년 그래핀을 발견한 두 명의 맨체스터대 과학자 안드레 가임교수와 콘스탄틴 노보셀로프교수는 이 공로로 2010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고 영국여왕으로부터 기사작위도 받았다.
그래핀 발견은 한편으로는 “이를 이용해 지구상에서 어떤 물질을 만들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제기하게 만들엇다. 영국이 이번 그래핀 필라멘트전구 상품화를 통해 그 답을 제시했다.
미세한 그래핀을 현미경으로 보면 하나의 탄소원자가 6각형으로 얽혀있는 단층구조로 돼 있다. 이 벌집 구조가 그래핀의 믿을 수 없는 강력한 힘의 비밀로 밝혀졌다.
그래핀은 한조각의 스카치테이프로 연필심을 떼어내는 방식으로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상품화하기 위해 커다란 그래핀시트를 양산하려면 매우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며 여전히 값도 비싸다. 과학자들은 이같은 제조원가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자신문인터넷 이재구국제과학전문기자 jk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