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이 정한 2020년 이후 각국 온실가스 감축목표 제출 비공식기한이 지났지만 우리나라 감축목표는 환경부와 산업계 견해차로 설정조차 못했다.
2일 국무총리실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환경부 등이 참여한 포스트2020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 논의가 5개월째 헛바퀴만 돌고 있다. 감축 목표는 고사하고 국가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 산정 단계에 머물렀다.
BAU는 향후 우리나라가 온실가스를 어느 정도 배출할 것인지를 예상한 수치다. BAU를 산정해야 이를 바탕으로 온실가스를 얼마만큼 감축할지 목표를 세울 수 있다. BAU 산정 후 우리나라 산업계가 실현할 수 있는 감축잠재량을 파악하고 구체적인 협의를 거쳐 감축목표를 도출하는 과정이 남았다.
정부가 정한 오는 9월까지 2020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목표 제시 스케줄을 맞추기 힘든 상황이다.
BAU 산정이 늦어지는 이유는 환경부와 산업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2020년 이후 BAU를 2020년 중기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전제로 그 연장선상에서 낮게 설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BAU가 높아지면 감축목표를 높게 잡아도 실제 온실가스 감축량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환경부가 이 같은 입장을 고수하는 데는 지난해 페루 리마에서 열린 19차 UN기후변화총회에서 합의한 ‘후퇴 방치 원칙’이 놓여있다. 각 국이 2020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제시할 때, 이미 발표한 중기 목표에서 후퇴하면 안 된다는 원칙이다. 온실가스 감축에 관한 한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를 더 이상 개도국 지위보다는 선진국으로서 책임을 요구하는 분위기란 것도 작용했다.
산업계는 환경부의 이 같은 원칙론이 “비현실적”이라며 BAU 재산정을 요구하고 있다. 2020년 중기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려면 2005년보다 온실가스 배출을 4% 줄여야 한다. 2020년 이후 BAU를 그 연장선상에서 산정하면 실제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을 이보다 더 줄여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하고 있다.
즉, 2030년께 수십 년 전인 2005년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는 논리로 받아들인다. 산업계는 “앞으로 국가 경제성장률을 2% 정도 보수적으로 잡아도 이미 달성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은 지난 2012년 6억9000만톤을 기록하며 2020년 중기 감축목표치를 이미 훌쩍 넘어섰다. 환경부 예상대로라면 올해부터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이 마이너스로 돌아서야 하지만 이는 2017년에 가야 확인할 수 있다.
국무총리실 관계자는 “BAU 산정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당초 정부에서 밝힌 오는 9월까지 2020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마련한다는 계획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국제사회가 합의한 ‘리마 기후행동 요청’에 따라 각 국은 UN기후변화협약사무국(UNFCCC)에 2020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이행방안을 담은 ‘자발적 기여 공약(INDC)’을 제출해야 한다. 제출 비공식 기한은 지난달로 끝났으며, 늦어도 오는 10월 1일까지 모두 내야 한다. 현재 유럽연합 소속 28개국과 스위스, 노르웨이, 멕시코 등 31개국만 감축목표를 제출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