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와 책]유상희 전력거래소 이사장 `퇴계처럼`

“흰 도포의 닳은 부분을 부인이 빨간색으로 기워주었지만 이를 아무렇지 않게 입고나가자 사람들이 그의 뒤를 따라 헤어지지도 않은 옷에 빨간천을 덧대어 입기도 했다.”

[CEO와 책]유상희 전력거래소 이사장 `퇴계처럼`

평소 소박하면서도 격이 없는 생활을 했던 퇴계이황 선생의 유명한 일화다.

경제불황과 극심한 취업난에 치이며 88만원 세대라는 냉소섞인 표현까지 나오는 이 시대 젊은이들에게 유상희 전력거래소 이사장은 퇴계이황 선생의 일상을 다룬 ‘퇴계처럼’을 추천한다.

퇴계이황은 성리학의 학문적 대가이자 실천가다. 현 시대의 우리에게는 천원 지폐의 인물로 더 친숙하기도 하다. 하지만 이 책은 그의 업적과 이론적인 면보다 사생활과 일상에 초점을 맞춘다. 책은 이황 선생의 가려진 그늘을 들춰낸다. 생각보다 그의 삶은 굴곡이 많았다. 계모의 아들로 자라다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는 7남매 생활비 마련에 늘 바빴다. 첫 번째 부인은 젊은 나이에 죽고, 둘 째 부인은 정신지체를 앓아 여러모로 힘들었다.

유 이사장은 젊은이들이 이 책을 통해 이황 선생의 인간적인 면모와 어려운 상황에서도 잃지 않는 주변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배려, 겸양의 태도와 예에 공감해주길 바란다. 유 이사장 역시 지난해 본사 나주 이전 작업과 함께 조직개혁 작업을 병행하면서 어려운 상황에서도 여유를 찾고, 상대에 대한 배려심을 지키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유 이사장은 “지난해 본사 이전과 조직개혁을 병행하면서 직원들의 불안해하는 보습을 봐왔고 이를 추스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왔다”며 “지금 젊은 세대들도 전력거래소 본사 이전 때처럼 많은 불안과 걱정을 갖고 있지만 그럴수록 이황 선생의 삶처럼 화보다는 배려를 통해 지켜야 할 것을 포기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퇴계처럼은 최근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갑질 논란’에도 많은 교훈을 준다. 겉치례를 무시 못했던 조선시대에 살면서도 정신지체를 앓던 부인의 실수를 너그러이 품어 않은 모습은 쉽게 인상을 찌푸리려 화를 참지 못하고 특권의식에 젖어있는 사회에 귀감이 된다.

유 이사장이 퇴계처럼을 통해 강조하는 가치는 양보와 배려다. 극심한 실업난과 불확실한 미래 앞에 가슴 아파하고 고뇌하는 젊은이들이 양보와 배려라는 가치를 놓아서는 안 된다는 바람이다. 양보와 배려가 이 사회에서 구성원이 서로 버팀목 되어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힘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유 이사장은 “여건이 조금 어려워지면 여유와 인간성, 그리고 마땅히 지켜야할 것들을 놓아버리고 좀 더 쉽고 편한 길을 택하게 된다”며 “요즘 우리사회에 발생하는 많은 문제와 젊은이가 고민하는 인생에 대한 답들을 퇴계 선생의 삶 속에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