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억원대 한중 문화공동펀드가 당초 목표였던 상반기에 조성되지 못할 것으로 우려됐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달 25일부터 3일간 중국 베이징을 실무진을 파견해 중국 정부와 ‘한중 문화산업산업 공동발전펀드’에 관해 협의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화부 관계자는 “지난 방문 때 5월까지 한중 펀드 세부 조건을 합의하고 6월에 열리는 한중문화산업포럼에서 양해각서를 교환하자고 제의했지만 명확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문화산업 공동발전펀드는 지난해 초부터 우리 정부가 중국 정부에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지난해 7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한국을 찾으면서 급물살을 탔다. 당시 중국 문화부는 우리 문화부와 영화공동제작협정을 체결했고 2000억원 규모 공동 펀드를 조성하자는 데도 의견을 같이 했다. 하지만 이후부터 구체적 사항에선 중국 정부가 수동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양국 간 2000억원 조성에 합의했지만 세부사항 조율은 더욱 어렵기만 하다.
양국 정부가 400억원을 출자하는 형식에서도 이견이 오갔다. 중국은 정부가 기업에 직접 투자를 하는 것에 난색을 표명했다. 펀드를 운용할 주체가 명확하지 않은 점도 걸림돌로 지적됐다. MOU 형식도 중국 측이 국가수반 간 만남을 요구한 반면에 우리는 차관급을 원하는 상황이다.
이 관계자는 “중국 문화부 측에 세부사항 조정을 위해 한국 방문을 요청했지만 여러 이유를 들어 어렵다고 답했다”며 “5월까지 세부 조건 합의와 6월 양해각서 교환은 현실적으로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상반기 펀드 공모에 나서려던 우리 정부로서는 차질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더딘 펀드 조성에는 양측 간 속사정이 다른 것도 한몫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공동펀드 조성을 통해 민간기업 중국시장 진출 기회를 기대하지만 중국 정부로선 양국 간 교류라는 명분 외에 이렇다 할 이득을 취할 게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한중 공동 문화산업 펀드 조성은 우리 콘텐츠 업계의 큰 관심사항이었다.
정부가 콘텐츠 산업에 투자금을 지원함과 동시에 중국 정부가 나서면서 규제 해소 기대감이 컸다. 일례로 영화나 게임의 경우 한중 공동제작 콘텐츠로 인정받으면 까다로운 심의 규정과 시장진입 요건을 줄일 것으로 기대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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