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흐른다고 미래가 되진 않는다. 경쟁 아닌 0에서 1을 만들어야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
지난달 한국을 방문한 페이팔 창업자 피터 틸이 강연 중 한 말이다. 이 말은 시장에서 경쟁의 함정에 빠지지 말고 독점해서 라스트 무버(last mover)가 돼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우리나라 중소기업인에게 크게 와 닿은 메시지일 것이다. 그 짧은 1시간여 강의를 통해 앞으로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치열한 경쟁구조 기업 생태계에서 지속성장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
피터 틸은 세계 최대 전자결제시스템인 ‘페이팔’을 창업해 엄청난 성공을 거둔 후, 뛰어난 통찰력으로 이스북·에어비엔비·옐프·링크드인 등 글로벌 IT기업에 초기자본을 투자하며 다시 한번 주목을 받은 혁신적인 기업가다. 실리콘밸리를 움직이는 대부로 불릴 만큼 그가 말하는 미래를 만드는 비밀은 충격적이었다.
그는 강연에서 우선 경쟁이 아닌 차별화를 통한 독점을 강조했다. 그리고 작은 분야부터 점유율을 높여 시장을 확대하고 조직력이 강한 팀을 갖춰야 한다고 역설했다. 어떤 기업이든 기초부터 망쳤다면 되살릴 수 없기 때문에 기업의 처음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누구와 함께 하느냐’에 달렸다는 설명이다.
대한민국 스타트업 기업과 지속성장을 고민하는 중소기업에 시사한 바가 크지 않을 수 없다.
누구나 알다시피 우리나라 경제구조는 대기업 의존도가 매우 높다. 전체 기업이 창출하는 국내총생산(GDP) 절반 이상이 우리나라 전체 기업 중 1%가 차지할 만큼 대기업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이들 대기업은 지난 60여년간 창조적 변화와 끊임없는 도전으로 대한민국 GDP를 700배 이상 성장시키는데 크게 기여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ICT(정보통신기술) 발달로 2000년대부터 고객 니즈에 따른 제품 수명주기나 선호도 등이 다양하게 변화하면서 현재 대기업 중심 경제 성장은 한계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전체기업 99%를 차지하지만 법인세 부담은 10%로 현저하게 낮다. 반면 독일은 이른바 ‘히든 챔피언’이라 불리는 전문성이 강한 중소기업이 국가 전체 기업수 99.5%를 차지한다. 이들 법인세 부담은 전체 55%를 육박한다. 이 만큼 독일은 혁신적이고 경쟁력이 강한 중소기업이 국가경쟁력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피터 틸이 주장했듯이 독일 히든 챔피언 기업은 차별화된 사업모델을 지속적으로 갖추면서 목표한 시장에서 전문성과 막강한 시장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는 독보적이면서 일사분란하게 대응하는 팀을 갖추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독일은 2014년 1인당 GDP 4만7000달러로 세계 16위이다. 1인당 GNP 2만8000달러 우리나라도 5만달러 시대를 열어가는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사업모델을 갖춘 중소기업이 많이 나와야 할 것이다.
피터 틸은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발명하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는 이제 새로운 시장 창출에 매진하면서 새로운 성장을 통해 앞으로 나아가는 도전정신과 진취적인 기업가 정신을 갖춰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하청업체로 자신의 역할을 스스로 한정 짓지 말아야 한다. 남들과 똑같이 해서는 잘해야 2등 또는 영원한 2류밖에 되지 않는다.
어렵고 힘들지만 새로운 상품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만들려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마지막으로 ‘경쟁하지 않고 독점이 가능한가?’ ‘어떻게 차별화 할 것인가?’ ‘차별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우리 중소기업인이 되길 희망한다.
김임배 케이디파워 사장 eam777@kdpow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