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미래 30년과 ‘기술적 특이점’

[전문가 기고]미래 30년과 ‘기술적 특이점’

컴퓨터가 인류 지성을 초월하는 시점이 카운트다운되고 있다. 30년 후인 2045년에는 컴퓨터 능력이 인간을 따라 잡는 기술적 특이점(Singularity)이 도래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기술적 특이점이란 강력한 인공지능이나 인간 지능증폭이 가능했을 때 출현하는 시점이다. 원래 특이점은 수학적 관점에서는 분수의 분모가 제로에 근접함에 따라 무한대로 발산되는 지점이다. 물리학적 관점에서는 광속도로 이동하는 빛조차도 탈출할 수 없는 블랙홀 개념으로 일컬어진다.

예컨대 컴퓨터 기술이 지수함수적인 진화를 계속하면 인공지능이 머지않아 인간 지능을 초월하는 예측불능 상태에 도달할 수 있다는 대담한 시나리오다. 이 시나리오에서는 일단 특이점에 도달한 후에는 테크놀로지 주체는 인류가 아니라 강력한 인공지능이나 포스트 휴먼이 될 수 있다고 본다. 2045년 문제는 이러한 상황설정에 기대와 우려가 절묘하게 교차되면서 증폭되고 있다.

그 선두주자는 선구적 발명가이자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와일이다. 그는 2005년에 출간한 저서 ‘특이점이 온다(The Singularity is Near)’에서 ‘무어의 법칙’을 인류발전 모든 영역으로 확장하는 수확가속의 법칙을 적용해 기술적 특이점 도래를 실감나게 전망했다. 테크놀로지가 최근에 와서 급속도로 역사적 이벤트를 발생시키고 있어 2045년께 싱귤래리티에 도달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문제는 이러한 인공지능 기술이 인간 시스템으로 파고들었을 때 선순환적 인류지능의 증강(Enhance of Intelligence)으로 연결되는지다. 인간의 뇌는 신경세포(Neuron)로 이뤄져 있고 신경세포 메시지는 신경세포간 결합(Synapse)을 매개로 다른 신경세포로 전달된다.

지난 2012년 구글은 1만6000개 뉴런, 10억개 시냅스를 가진 뉴로컴퓨터를 구축, 유튜브로 고양이 영상을 1주일 동안 노출시켰더니 스스로 고양이를 인식할 수 있게 되었다고 발표했다. 물론 현재 뉴로컴퓨터는 인간 지적 수준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초보단계에 불과하다. 그러나 패턴을 인식하는 뉴런 알고리즘을 모방한 두뇌형 컴퓨터가 실현되면 스스로 학습하는 지적 컴퓨터 기반시대 도래가 설득력을 갖는다.

전자회로로 인간 뇌와 유사한 2리터 체적에 100억개 뉴런과 100조개 시냅스를 격납하는 생물적 시스템을 구축하면 인류문명은 어떤 도전을 받게 될까. 인간의 생물적 학습역량은 유한한데 비해 인공지능은 학습기억을 간단히 클라우드로 이전할 수 있다. 인공지능 지식과 지혜가 가속적으로 축적된다면 지금까지 상상도 할 수 없는 세상으로 패러다임 전환이 현실화되는 것은 아닐까.

앞으로 인공지능을 탑재한 컴퓨터가 스스로 학습해 인식, 식별, 판단, 예측, 행동을 하는 기계학습(Machine Learning)이 범용화된다면 인류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유형의 도전이다.

인공지능과 로봇 도입으로 노동환경이 무인화되면 기계에 의한 실업과 고용형태 재편은 물론이고 산업경쟁력 본질도 바뀔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구축해온 사회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하고 인간 윤리와 지성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해야 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 디바이스를 벗 삼아 성장한 디지털 세대들은 디지털 생명과 가상현실을 현실세계 그 자체로 여길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인간과 인공지능이 서로 공생하는 만물초생명 인터넷 생태계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이는 인류가 스스로 선택한 도전에 대한 응전이다.

하원규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wgha@et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