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시장에서 유럽 기업의 차별화 경쟁이 일고 있다. 프리미엄 상품부터 소음을 조정한 제품까지 다양하다. 이 중에서도 일렉트로룩스는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미국 대기업 제너럴일렉트릭(GE) 가전 부문도 인수했다.
일렉트로룩스는 스웨덴 기업이다. 1912년 세계 최초 가정용 진공청소기를 출시한 이래로 냉장고, 세탁기, 주방가전 등 폭넓은 상품 라인업을 가진 회사로 성장했다. 고급 제품부터 각 부문별로 제품을 출시해 150개 이상 국가에서 판매 중이다. 지난해 매출액은 1120억크로나(약 14조2000억원)로 세계 2위다. 전세계 직원 수는 6만1000명에 달한다.
회사는 유명 가전 업체를 적극적으로 인수하며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독일 아에게(AEG) 등 인수한 브랜드만 20개가 넘는다. 지난해 9월에는 미국 GE 가전부문을 33억달러(약 3조300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인수가 마무리되면 사업규모로 세계 1위 미국 월풀을 제칠 전망이다.
키이스 맥로린 일렉트로룩스 최고경영자(CEO)는 “인수가 끝나면 북미시장 매출은 2배로 증가하고 GE 판로도 얻을 수 있다”며 “거액의 비용을 들여서 인수를 할 장점은 많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GE 인수 이후 목표를 북미 시장 공략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미국과 멕시코 시장에서의 GE 영향력을 흡수하고 이후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 등 남미 시장까지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프리미엄 가전에 중점을 둔 일렉트로룩스 브랜드와 달리 중저가 제품을 커버하는 GE 제품군도 사업 확대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GE가 구축해 놓은 판매 채널은 더 매력적이다. GE는 베스트바이 등 가전양판점에 주문이 들어왔을 때 재고가 부족하다면 24시간 이내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향후 북미시장 일렉트로룩스 고객 서비스에도 장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일렉트로룩스는 이번 인수가 신흥시장 개척에도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한다. GE 가전브랜드가 세계적으로 사용 계약이 맺어져 있고 필리핀 등 신흥국에서도 인지도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회사는 인수 후 40년 정도는 GE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는 계약을 맺을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백색가전을 중심으로 한 사업 다각화 역시 꾀하고 있다. 최근에는 신규 연구소를 개설해 스마트홈 등 기술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온도와 습도를 관리하는 공기공조 시스템이나 물 정화 시스템 등에 신사업 기회가 있다는 판단이다.
맥로린 CEO는 “의식주와 관련된 것에는 일정한 수요가 있고 철저하게 소비자 친화적으로 개발된 제품의 부가가치는 단순한 가격 경쟁을 뛰어 넘는 힘이 있다”며 “회사가 제품 차별화가 어렵고 가격 경쟁에 빠지기 쉬운 TV 등 디지털 가전 시장에 뛰어들지 않는 이유”라고 전했다.
일렉트로룩스는 최근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업체에 대해서도 비용이 아닌 부가가치로 승부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제품 개발에서 자칫 사소하게 느낄 수 있는 부분까지 연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회사는 일례로 기기 개발 과정에서 작동 소리만 담당하는 연구부서인 사운드랩을 운영한다. 외부 소리와 내부에서 나는 발자국 소리까지 통제된 방과 목소리 등 모든 소리를 극대화 시키는 방 두 곳에서 기기 동작음을 테스트한다. 제품 성능 뿐 아니라 사용 시 거부감을 느낄 수 있는 소리까지 제거하기 위한 노력이다.
맥로린 CEO는 “대리점과의 신뢰 관계 구축부터 모두 단순히 가격만으로 승부가 나지 않는다”며 “비용도 중요한 것은 맞지만 제품의 독창적인 디자인과 기능, 품질과 애프터서비스 등이 복합적으로 경쟁을 벌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