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오는 2020년대 소행성궤도수정 미션(ARM)과 생명 탐사를 위한 우주로봇을 유로파에 보낼 계획이다. ARM은 소행성을 가둬 달의 궤도에 집어넣는 게 골자다. 유럽우주기구(ESA) 역시 NASA와 유사한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를 위해 NASA와 ESA가 모두 혈안인 기술이 있다. 다름아닌 ‘홀 효과 스러스터(Hall effect thrusters)’다.
홀 효과 스러스터는 지난 1950년대 소련에서 개발돼 1971년 러시아 기상위성에 처음으로 쓰였다. 당시 이 위성을 궤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잡아두기 위해 240회 이상 가동됐다. 화학 기반 로켓보다 10배 가까이 효율적이었고, 태양에너지나 핵에너지에서 전력과 위성 내 저장된 불활성 가스를 결합해 오랜 시간 가동시킬 수 있었다.
지구 궤도를 벗어나 쓰인 첫 홀 효과 스러스터는 ESA 달 궤도 우주선인 ‘스마트원(Smart-1)’에 적용됐다. 무려 2년이라는 가동 시간을 기록했고 폭발 위험성이 없는 비반응성 가스가 쓰여 신뢰성으로는 열손가락 안에 꼽혔다.
홀 효과 스러스터는 자기장 속에 자기장과 직각방향으로 전류가 흐르도록 도체를 놓으면 자기장과 전류 모두에 이 방향으로 전기장이 나타나 ‘초전력’이 생기는 현상이다. 이를 활용한 게 ‘홀 효과 스러스터’다. 이온 스러스터 일종으로, 스러스터는 위성의 자세나 궤도를 제어하기 위한 추력 발생 장치(모터)다.
NASA에 따르면 ‘홀 효과 스러스터’는 겨우 0.7파운드 힘(Force) 정도밖에 생산하지 못한다. 하지만 오랫동안 가동만 된다면 현재 표준 로켓을 뛰어넘을 정도의 힘을 뿜어낸다. 우주선을 무려 11만2000mph이라는 고속으로 움직이게 할 수 있다.
홀 효과 스러스터는 홀 효과로 이온을 가속화해 고속 상태로 만들어 추진력을 얻어낸다. 과정은 이렇다. 우주선 태양전지나 다른 전력공급원에 있는 양극에 높은 수준의 양의 에너지(positive energy)를 채워넣는다. 음극에서 주입된 전자가 절연체를 통해 양극으로 향한다. 이때 강력한 자기력을 가진 둥근 환(環) 형태의 ‘홀 전류(Hall current)’가 발생한다.
이후 제논(Xenon) 등 불활성 가스가 양극 튜브에 삽입되고 양극 내 전자와 충돌해 이온화된 뒤 양의 성질을 띈 ‘플라즈마(plasma)’ 상태로 변한다. 그러면 앞서 형성된 자기장이 이 플라즈마를 최대 3만5000mph 속도로 움직이게 만든다. 플라즈마는 이와 동시에 원래 음극에 있던 전자를 끌어당겨 전지 내 전체 전하를 중화시킨다. 이는 우주선 내 정전기가 발생하는 것까지 방지한다는 얘기다.
대항마로 꼽히는 건 일명 ‘격자 이온 스러스터(gridded ion thrusters)’다. 전자가 불활성 가스와 결합해 제논 이온(플라즈마)을 만들어내는 것까진 홀 효과 스러스터와 같지만 플라즈마가 자기장이 아닌 모터 끝에 달린 음극 격자(grid)에 의해 가속화된다. 플라즈마가 엔진을 떠나면 마이너스 성질을 띈 중화물을 별도로 넣어 정전기를 막는다.
격자 이온 스러스터는 홀 효과 스러스터보다 효율성은 높지만 크기가 훨씬 크다. ESA와 NASA가 홀 효과 스러스터를 지구 궤도 바깥을 누빌 우주선의 핵심 기술로 꼽는 이유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