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은 완벽한 도구다. 근육과 인대, 힘줄, 뼈, 신경 사이의 완벽한 상호작용으로 놀랍도록 복잡하고 섬세한 움직임으로 문명 발전을 이끌었다. 이 같은 손의 움직임을 모방해 다양한 장비와 로봇 팔, 의수 등이 제작돼 산업현장과 의료용 보조도구로 쓰이고 있다. 하지만 실제 손과 같이 자연스러운 동작은 여전히 구현하기 어렵다.
독일 자를란트대학 스테판 질렉케 교수 연구팀은 니켈-티타늄 합금의 형상기억 특성에 기초해 금속선(와이어)로 만들어진 인공 근육을 연구하고 있다. 한 가닥 지름이 머리카락과 비슷하면서도 밀고 당기는 인장력이 뛰어난 금속선을 활용해 인공 의수나 로봇팔 제조하기 위해서다.
니켈-티타늄 합금은 소재 내부에서 발생하는 상변화로 자신의 형상을 기억한다. 변형된 후에는 미리 결정된 원래 형상으로 복귀할 수 있다. 소위 말하는 형상기억합금의 특성이다. 니켈-티타늄 합금으로 된 금속선에 전기를 흘려보내 온도가 올라가면 내부 격자 구조가 변화해 근육처럼 수축하는 식이다.
연구진은 인간 근육 섬유를 모방해 형상 기억 금속선을 여러 다발의 묶음으로 만들었다. 묶음으로 된 금속선은 일반실처럼 가늘지만 인장 강도는 두꺼운 전선과 같다. 여러 가닥을 손가락 관절과 연결해 사람의 손가락 앞쪽에 있는 굴근과 뒤쪽의 신근 등 역할을 하게 했다.
여러 가닥의 개별 금속선은 열을 내보낼 수 있는 표면 면적이 넓다. 하나의 두꺼운 금속선보다 미세한 금속선 묶음을 사용하는 이유다. 높은 인장력과 함께 빠른 신축 운동으로 인간 근육에서 관찰되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수축과 팽창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형상기억합금으로 만든 금속선은 의수와 로봇 팔 제작 등에 사용되는 다른 기술에 비해 동작이 자연스럽고 필요한 부품과 설계 구조가 간소하다는 장점이 있다. 공장 자동화 장비로 많이 사용되는 로봇 팔 등은 전기 모터와 공압 장치 등 동력 전달을 위한 추가 장치와 부품 의존도가 높다. 이 때문에 무게가 무거울 뿐더러 구조도 복잡하고 움직임도 상대적으로 경직돼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형상기억합금 금속선을 바탕으로 제작한 의수 시스템 시제품을 오는 13일 독일 하노버 박람회에 전시할 예정이다. 실제 사람 손에 근접한 움직임을 구현하기 위해 앞으로 손동작 패턴 모델링과 센서 특성 등을 개선할 계획이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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