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 폐차 대행업체 선정 과정에서 특혜 시비가 불거지며 자동차 해체·재활용 업계가 집단 반발하고 나섰다. 업계는 현대·기아차에 대행업체 선정 중단을 요구하고, 공정거래위원회·검찰 등 당국을 통한 법적 분쟁을 예고했다. 현대·기아차는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견해를 고수해 갈등은 더 커질 전망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자동차해체재활용업협회(KADRA·회장 정상기)는 최근 국회, 공정위 등에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진정을 내고 시정 조치를 요구했다. 현대·기아차에는 폐차 대행법인 선정 입찰을 즉시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협회는 우리나라 해체·재활용 업체 520여개를 회원사로 두고 있다. 공정위는 협회 요청을 검토한 뒤 정식 고발 사건으로 접수할 지 단순 의견으로 접수할 지를 결정하게 된다.
협회는 현대·기아차가 자원순환법상 생산자책임제도(EPR)를 악용해 불공정 행위를 벌였다고 주장했다. EPR은 상품 생산자가 폐기물 재활용 촉진을 지원하는 제도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12월 폐차 대행업체 선정 입찰을 시작했다. 1월 8일 입찰 설명회, 1월 30일 1차 합격업체 선정을 거쳐 2월 27일 우선협상대상자로 오토모바일리사이클링에이전시(ARA)를 선정했다.
문제는 ARA가 입찰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업체라는 점이다. 1차 합격업체 명단에 ‘중부 ARA’라는 이름으로 처음 등장한 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때는 ‘ARA’라는 이름으로 자격을 따냈다. 현대차는 1차 입찰에 참여한 ‘중부슈레더’가 사업계획서를 제출할 때 구성 계획을 밝힌 업체라는 점을 근거로 법인 등록도 안 된 상태에서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줬다.
ARA에는 현대차 사돈 기업인 ‘삼표’ 계열사 ‘경한’ 지분도 포함돼 특혜 논란은 더 커졌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직후 논란이 커지자 경한은 ARA 지분을 모두 정리했다. 그럼에도 특혜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협회까지 나서 공식 항의했다. 협회는 이를 ‘일감 몰아주기’로 규정하고 실력 행사도 예고했다.
협회는 “특수관계인 일감 몰아주기를 추진하고 중소 영세 폐차장을 종속화하겠다는 야욕”이라며 “공정거래위원회 제소, 검찰 고발 등 특단의 조치는 물론이고 전면적이고 강력한 투쟁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협회는 EPR 시행 방식 자체를 바꿀 것도 촉구했다. 지금처럼 대행업체 한 곳을 선정해 진행하면 언제든 특혜 의혹이 불거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수 업체가 참여하는 공제조합을 통해 EPR를 시행함으로써 업계가 고른 혜택을 누리고 공정성도 확보하자는 얘기다.
정상기 한국자동차해체재활용업협회장은 “폐차 매입부터 해체까지 특정 업체에 대행시킨다면 현대차 스스로 폐차 매입에 진출하지 않겠다고 했던 약속을 뒤집은 것”이라며 “해체·재활용 업체가 완성차 회사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1차 입찰에 참여한 중부슈레더가 사업계획서를 내면서 사업을 따내면 ‘ARA’라는 상호로 사업을 할 것이라고 명시했기 때문에 특혜가 아니다”며 “미설립 업체는 모기업 기준으로 작성하라는 기준까지 줬다”고 말했다. 또 “당시 유찰된 업체 중 소수가 계속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