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순환협회 공금 유용 드러났는데도 책임추궁 ‘쉬쉬’

용기순환협회 빈병 미반환보증금 유용이 드러났지만 감독부처인 환경부가 책임 추궁에 소극적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용기순환협회는 지난 2월 해산 절차에 들어간 상태라 수사가 늦어지면 책임 소재를 가리기 어렵다. 환경부는 “사법당국이 알아서 수사할 일”이라고 했지만 업무 지휘체계상 사건 덮기에 급급하다는 눈총을 피할 수 없게 됐다.

5일 환경부와 최봉홍 의원(새누리당)에 따르면 감사원은 지난달 26일 이미 환경부에 용기순환협회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물으라고 지적했으나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은 10여일이 지나도록 이 사건에 대해 검찰·경찰 수사를 의뢰하지 않았다.

감사원에 따르면 용기순환협회는 연 100억원에 달하는 미반환보증금 중에 지난 2011~2013년 3년 동안 3억원가량을 회원사 선물·상품권 구입, 임원 골프비 등으로 썼다. 임직원 대리운전비와 휴대폰 요금, 가족 치료비까지 이 돈으로 충당했다. 미반환보증금은 빈용기보증금을 소비자에게 돌려주고 남은 돈으로, 빈용기 회수율 향상을 위한 홍보, 빈용기 보관·수집소 설치 등 환경보전 활동에만 사용하도록 규정돼 있다.

사용처가 불분명한 선물비용 등은 수사를 통해서만 시시비비를 분명히 가릴 수 있다. 더구나 협회 전임 임직원 증거인멸 가능성이 농후한데도 책임 부처는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협회 임직원에는 환경부 퇴직공무원 2명도 포함돼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사건을 일으킨 용기순환협회 관련자는 모두 사임했다”며 “해당사건에 대해 법률회사와 조치를 논의하고 있어 방침이 정해지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용기순환협회에 민·형사상 책임을 물어야 할 환경공단도 “환경부에서 이 사건에 대한 조치를 아직 지시한 바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최봉홍 의원실 관계자는 “3년간 밝혀진 금액이 3억원이지, 협회가 활동한 10여년 동안 유용한 금액은 2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당장 수사에 나서야할 상황인데 환경부가 조사에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문제를 일으킨 용기순환협회는 지난 2월부터 청산 절차를 밟고 있다. 오비맥주·하이트진로·롯데칠성음료·해태음료 등 주류·음료업계 14개사를 회원사로 운영했다. 장인수 오비맥주 부회장이 2013년 7월 3대 회장으로 취임해 최근까지 협회를 이끌었다.

지난해 12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재활용촉진법)’ 개정에 따라 빈병 수거업무는 공익법인인 한국순환유통지원센터로 이관됐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