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도심으로 파고드는 기상재해

[ET단상]도심으로 파고드는 기상재해

42년 만의 극심한 가뭄으로 지난달 25일 소양강 댐에서는 준공 이후 처음으로 기우제를 지냈다. 다행히 지난 주말부터 내린 비로 해갈에 다소 도움이 된 것 같다. 중부지방이 가뭄으로 기우제를 지낼 때 제주도를 비롯한 남부지방에서는 200㎜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이처럼 극단적인 기상현상은 올해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구온난화가 진행될수록 가뭄, 폭우, 홍수와 같은 자연재해는 잦아지고 있다.

특히 인구 90% 이상이 도시에서 생활하는 우리나라는 도심을 중심으로 발생하는 기상재해로 막대한 사회·경제적 손실을 입고 있다. 도시는 인위적인 열 배출과 도로 표면에 물이 스며들지 않아 수증기 순환을 변화시킴으로써 극단적인 기상 현상을 유발한다.

시간당 100㎜ 안팎 폭우로 광화문과 강남역 사거리가 물에 잠겼고, 우면산에서는 산사태가 발생해 16명의 소중한 생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렇듯 잦은 기상이변과 도시 특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기상재해에 대응하기 위해 보다 정교하고 체계적인 기상·기후 정보가 필요하다.

일찍이 세계기상기구(WMO)와 기상선진국은 도시와 주변지역 기상 중요성을 인식하고 인구집약도가 높은 도시를 중심으로 고해상도 기상 관측망을 구축해 기상재해 예방을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 오클라호마시티에는 토네이도와 뇌우 같은 위험기상을 감시하기 위해 도심 신호등에 관측 장비를 설치해 운영 중이며, 가까운 나라인 일본에서는 악기상 모니터링 및 예측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정부도 재난·재해 걱정 없는 안전사회 구축을 통해 국민 행복을 실현하고자 올해 재난·안전 분야 R&D 투자를 확대했다. 지난해 5198억원이던 재난재해·안전 R&D 예산이 올해는 6004억원으로 15.5% 증가했다. 그러나 전체 국가 연구개발(R&D) 예산(18조9000억원)에서 기후변화로 발생할 수 있는 자연재해 예측 및 저감을 위한 대응기술 R&D 예산은 134억원으로 타 분야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한 수준이다.

도시기상 관측을 위한 기술수준 또한 선진국에 비하면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다. 기상청 예보 정확도는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세부적으로 현재 제공되고 있는 일기예보는 세 시간 간격으로 5㎞ 단위 예보를 하고 있어 집중호우와 같은 초단기적이고 국지적인 기상현상을 예측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러한 돌발기상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1㎞ 범위에서 1시간 이내 예보가 가능한 기반과 기술을 갖추어야 한다. 1㎞에서 5m 단위 미세기상정보가 제공된다면 국지성 호우, 폭설과 같은 기상이변에 면밀한 대응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특정지역 중심의 집중 강우로 침수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존재하거나 눈이 오는 때 기상정보를 교통 이용자에게 알려 목적지까지 소요시간을 줄이거나 해당 지역의 추가적인 혼잡을 줄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미세기상정보는 도로기상 감시 및 예보, 도시생태 감시, 수요자 맞춤형 영농지원, 대도시 위험물질 확산 감시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이 가능하다.

이상기후로 인한 자연재해는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이상기후로 인한 자연재해는 증가하는 추세다. 또 자연재해는 더 이상 우리의 생활권 밖에서 일어나는 저기 먼 산속, 바닷가 일이 아니다. 바로 우리가 출퇴근하고 생활하는 집 주변에서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이처럼 기상이변은 인류의 생존을 위태롭게 하는, 우리 인간을 한없이 작게 만드는 거대한 위협이다. 우리의 힘으로 이를 막을 수 없다면 정확한 관측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자연재해 예측 및 저감을 위한 대응기술 연구개발에 지속적인 투자와 관심이 필요한 이유다.

최영진 한국외대 차세대도시·농림융합기상사업단장 junowise@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