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가 8일 ‘유료방송 합산규제 법안 시행령’ 초안을 발표한다. 합산규제 점유율 상한(33%)을 산정할 모수인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 수 산정 기준이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모수가 늘어나면 현재 시장 점유율 상한에 근접한 KT 진영에 유리하다. 반면에 모수가 줄어들면 KT 진영의 영업활동에 제동이 걸려 반KT 진영이 수혜를 입는다.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 수 산정 기준을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이 불가피하다.
미래부는 8일 과천과학관에서 공청회를 열고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등과 함께 마련한 유료방송 합산규제 법안 시행령 초안을 공개한다.
미래부 관계자는 “현재 공청회에 참석할 패널진을 구성하고 있다”며 “7일까지 모든 작업을 마무리해 8일 확정된 (합산규제 법안) 시행령 초안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료방송 관계자는 “그동안 미래부는 시행령을 제정하기 위해 관련 업계 의견을 수렴했다”며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 수 산정 기준이 가장 큰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KT와 반KT 진영이 서로 자기 진영에 유리한 산정 기준을 주장하며 격돌하고 있다. 특히 △‘올레tv스카이라이프(OTS)’ 가입자 △케이블방송 단체 가입자 △무료 가입자 등에서 의견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OTS는 이번 공청회에서 가장 큰 논란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됐다. OTS는 IPTV와 위성방송을 결합한 상품이다. KT와 KT스카이라이프는 그동안 실제 계약 주체와 셋톱박스(출력 단자) 수를 감안해 OTS 가입자를 단수로 산정했다. 지난 2월 기준 OTS 가입자 수는 230만명을 웃돈다.
케이블방송과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는 2개 유료방송을 결합한 OTS 특성상 복수 가입자로 분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IPTV 관계자는 “KT와 KT스카이라이프 스스로도 기업설명회(IR)에서 OTS 가입자를 개별 산정해 발표하고 있다”며 “공정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마련된 합산규제 법안 취지상 복수 가입자로 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T진영은 합산규제 법안이 가입자 산정 기준을 ‘서비스 수’가 아닌 ‘가입자 수’로 명시했다고 맞받아쳤다. 서비스 수로 명시됐다면 위성방송과 IPTV를 합해 복수 가입자로 산정할 수 있지만 ‘가입자’ 자체가 기준이기 때문에 복수 산정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설명했다.
KT 관계자는 “국회는 지난 3월 합산규제 법안의 기준을 ‘가입자 수’로 확정해 통과시켰다”며 “법안에 따라 OTS 상품 하나는 가입자 한 명으로 세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케이블방송의 단체 가입자 수 산정 기준도 뜨거운 감자다. 그동안 케이블방송은 단체 형태에 따라 △회선 △송출 단자 △실제 계약자 등 서로 다른 산정 기준을 적용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가입자가 부풀려졌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케이블방송은 독립적 계약이 가능한 아파트, 다가구 주택 등 공동주택과 기숙사 등 공동주거 시설은 개별 세대를 가입자 수에 포함하는 형태를 제시했다. 병원 등 공동 이용 시설과 호텔 등 숙박 시설은 계약서에 명시된 계약자만 가입자로 봐야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KT진영은 TV 수상기, 셋톱박스, PC 고정 모니터 등으로 가입자 수를 세야 한다고 반박했다.
KT 관계자는 “합산규제는 여론 지배력을 규제하기 위한 법안”이라며 “가입자 수는 방송시청을 매개로 하는 단말기로 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IPTV 업계는 가입 회선으로 가입자를 우선 선정하고 과금 여부로 실제 가입 여부를 검증하는 방안을 주장했다. 일정 요금을 지불하고 방송 서비스를 제공받는 산업 특성상 과금 이력이 없는 무료 고객을 제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케이블방송은 합산규제 법안 취지를 감안해 군부대, 복지 시설, 국가 유공자 가정 등 무료 고객도 유료방송 가입자 범위에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료방송 관계자는 “전체 가입자 수 산정 기준을 두고 유료방송 업계 간 이해관계가 상충됐다”며 “법안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합리적·객관적 기준과 검증 방법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료방송 사업자별 ‘전체 가입자 수 산정 기준’ 주요 주장 내용/자료:업계 취합>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