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제작사 `특수관계자 법` 협상 개시

방송사와 외주제작사가 특수계열사 법 통과를 놓고 줄다리기를 시작했다. 외주제작사는 방송사와 저작권을 나누는 조항 명문화를 요구하는 반면에 방송사는 특수계열사 법안 국회 통과를 기대하고 있다.

독립제작사협회(회장 안성주)는 8일 방송사와 방송협회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방송시장 상생에 관한 실무 회의를 열었다. 회의 주요 안건은 지난해 말 조해진 의원이 발의한 방송법 일부개정안이다. 방송사 측이 법안 통과를 강력히 반대하는 제작사 설득에 본격 나선 것이다.

하지만 제작사와 방송사마다 입장이 달라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현행 방송법은 방송 다양성과 외주제작 활성화를 위해 방송사 자회사인 특수관계자가 만든 방송 편성 비율을 일정 비율로 제한해 왔다. 개정 방송법은 이 비율을 없애자는 것이 취지다.

반면 독립제작사협회와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는 특수관계자 편성비율 제한 폐지를 다룬 방송법 개정안은 외주제작사를 말살하는 정책이라며 법안 폐기를 요구했다.

법은 미래창조과학방송위원회에 지난해 상정됐지만 이후 법안 심사소위에서 제동이 걸렸다. 강력한 외주제작사 저항에 막힌 셈이다.

제작사는 방송사가 드라마, 예능, 다큐 등 방송 저작권을 외주제작사와 나누지 않고 통째로 갖는 구조에서 특수관계자 조항마저 사라지면 제작사 설자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배대식 독립제작사협회 사무국장은 “현행 방송 생태계에서도 방송사는 외주사와 방송제작계약은 사적계약 조항임을 강조하면서 일괄적으로 저작권 포기를 요구한다”며 “저작권 배분 명문화 없이는 어떤 논의도 이뤄질 수 없다”고 말했다.

재방료 지적도 있다. 한 제작사 대표는 “배우나 작가도 저작권에 대한 대가로 재방료를 얻는데 제작사는 이마저도 소외됐다”고 전했다.

드라마제작사협회는 보다 완강한 입장을 내비쳤다. 박상주 드라마제작사협회 사무국장은 “특수관계자 조항 삭제는 생존권과 직결돼 관련 협상은 이후에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저작권 관련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계약서 조항을 공개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정부 한 관계자는 “방송사 역시 계열사와 관련한 입장이 달라 의견을 모으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이번 기회를 계기 삼아 상생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