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철 한국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장이 8일 공식 취임했다. 그는 취임 간담회에서 “온라인게임, 모바일게임 시장 모두 외국산 게임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자본은 중국에 종속됐다”며 “산업이 커가며 겪는 성장통이 아니라 근본적인 위기”라고 말했다. 한국 게임산업 위기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는 진단이다. 자칫 잘못하면 외국자본에 종속돼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드러냈다.
강 회장은 “현재 위기는 심각한 규제 탓도 있지만 반성과 미래에 대한 준비가 뒷받침되지 못한 탓”이라고 꼬집었다. 업계 스스로 혁신하지 못한 게 가장 큰 패착이었다는 뜻이다.
강 회장 지적은 아프다. 지금 게임업계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게임사가 돈벌이에만 급급해 사행성을 지나치게 조장했다는 비판이 많다. 게임 중독과 같은 역기능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끊임없이 제기된다. 정부와 국회에서 다양한 규제안을 만들어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강 회장은 이를 의식한 듯 강력한 자율규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업계가 책임 있는 자세로 역기능을 타파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협회의 방향선회는 바람직해 보인다. 미국 등 게임강국이 협회 중심의 자율규제로 게임시장 외연을 넓힌 전례도 있다. 이 때문에 해외에서는 관주도 규제보다는 민간 자율 규제로 패러다임이 바뀌는 추세다.
자율 규제는 스스로 엄격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게 맹점이다. 협회 회원사가 가이드라인을 철칙으로 삼고, 이를 어기면 스스로 강력한 징계를 가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정부와 국회가 자율규제에 부정적이었던 것도 업계 자정능력에 의문을 가졌기 때문이다. 업계가 자정능력을 갖추고 강력하게 규제할 수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
게임업계 자기혁신은 협회 지도부만으로 성공할 수 없다. 협회 회원사 대부분이 동참하고 연대할 때에만 빛을 볼 수 있다. 새 협회장 취임을 계기로 게임업계가 소탐대실 악순환에서 벗어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