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홍콩. 세계적 아티스트들이 화려한 무대를 펼친 MAMA(Mnet Asian Music Awards) 공연장 한편에는 진지한 열정으로 뜨거운 또 하나의 현장이 있었다. CJ E&M이 중소기업청, 대중소기업협력재단과 함께 마련한 국내 중소기업들의 컨벤션 부스다.
56개 유망 중소기업은 현지 관객을 대상으로 적극적 홍보 마케팅을 펼쳤다. 비즈니스 미팅에 참여한 중화권 바이어는 200여명에 달했다. 네 시간여에 걸쳐 총 350여건의 비즈니스 상담이 진행됐다. 참여 업체 가운데 25%가 실제로 수출 계약을 맺거나 최종 조율 단계에 이르는 이례적 성과도 기록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행사에 참여한 기업들은 28억원에 달하는 직접적 비용을 절감했다. 계약 체결에 따른 매출 증대, 홍보·마케팅 효과를 모두 더하면 지난해 MAMA에서 총 493억원에 달하는 경제 효과를 얻은 것으로 추산됐다.
이처럼 세계 시장을 사로잡은 한류는 문화 콘텐츠를 넘어 소비재, 관광 등 경제 전반으로 영향력이 확대됐다. 부가적 경제 효과도 창출하고 있다.
CJ E&M은 일찍이 ‘한류 경제학’에 주목했다. 콘텐츠 파워를 키우기기 위해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힘을 쏟았다. 문화 콘텐츠의 힘을 기반으로 경제 산업 전반에 영향력을 확산하기 위한 시도했다. 그 결과, 수천억원에 달하는 직간접 경제효과를 창출하는 ‘MAMA’와 ‘케이콘(KCON)’이 탄생했다.
케이콘은 올해 일본 사이타마와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연내 미국 동부 개최도 검토 중이다. 한류가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을 더욱 확대할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 최대 한류 컨벤션으로 자리잡은 케이콘은 많은 이들이 초기 기획 단계에서 성공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예측했다. 세계 문화 중심지 미국 LA에서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했다. 성공 가능성을 예측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경제적 손실도 발생했다.
하지만 CJ E&M은 지속적 투자를 감행했다. 제조업과 다른 문화 콘텐츠 산업 특성을 이해하고 글로벌 문화기업을 키우려는 비전을 가진 최고경영진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2012년 처음 개최된 케이콘은 3년여 만에 ‘한류경제학’을 실현하는 강력한 비즈니스 플랫폼이자 중소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는 발판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은 KCON 투자 사례를 MBA 과정 교재로 활용한다. ‘CJ E&M:미국에서 한류 확산하기’라는 경영 사례 연구집에서 KCON 탄생 과정과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 결정을 내리는 과정을 상세히 다뤘다. 특히 지난 20년간 적자를 감수하면서 문화콘텐츠 사업에 지속하는 이 회장의 신념을 강조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이 소프트파워를 상징하는 문화 콘텐츠 기업 사례를 활용한 것은 케이콘이 처음이다.
CJ그룹은 지난 1995년 미국 드림웍스 지분 투자를 시작으로 문화콘텐츠 산업에 진출했다. 올해로 20년째다. 그동안 많은 실패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한국 문화 콘텐츠가 세계인을 매료시킬 수 있도록 끊임없는 도전을 감행했다. 문화산업은 단기적 수익이 아닌 장기적 비전을 갖고 뚝심 있는 투자를 해야 성공할 수 있는 분야라는 기업가 정신과 문화산업에 관한 높은 이해도를 가진 오너 경영인이 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최근 정체기에 빠졌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는 ‘한류’는 다른 산업으로 확산되는 직간접 경제효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았다. 이러한 신성장동력을 성장시키기 위해 문화 콘텐츠 산업에 대한 장기적 비전과 뚝심 있는 의지가 필요한 시점이다.
신형관 CJ E&M 방송콘텐츠부문 Mnet본부장 rock@cj.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