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부로의 통합 이후 승진을 포기했다. 관피아 논란으로 명예를 잃은지 오래고, 김영란법 때문에는 친구를 버려야 할 판이다. 이제 공무원연금이 개혁되면 노후를, 세종시 이전 땐 가족까지 포기하게 생겼다.”
지난달 미래창조과학부 관료들과 가진 지각 신년회에서 들은 얘기다. 요즘 부내에서 회자된다는 이른바 ‘미래부 5포’다.
그날 자리를 같이 했던 인사 대부분은 어릴 때부터 수재 소리깨나 들으며 좋은 대학 나온, 고시 출신 고위직이다. 모두가 선망하는 자리에 있는 그들에게서 긍지나 자부심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무엇이 이들을 그토록 초라하게 만드는가.
전세계적으로 닷컴 바람이 거세던 지난 2000년, 싱가포르도 예외일 순 없었다. 당시 단 5개월새 엘리트 공무원 284명이 글로벌 IT기업 이직과 창업 등을 이유로 옷을 벗었다.
그러자 고 리콴유 전 총리가 나섰다. 안그래도 너무 높아 국민들의 원성이 잦던 공무원 임금을 전격 인상해버린 것이다. 그 결과, 싱가포르 총리 연봉은 당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보다 다섯배 이상 많아졌다.
기획재정부 출입 시절, 박재완 당시 기재부 장관에게 듣곤 했던 “공무원이 되려면 싱가포르로 가고, 가수가 되려면 한국에서 태어나라”는 말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런 글귀 역시 기억 선연하다.
“싱가포르 공무원들이 가장 우수하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우리 공무원들이 더 우수하다고 감히 자부합니다. 훨씬 더 복잡한 대내외 환경 속에서도 지난 반세기 동안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에서 가장 성공한 나라를 만들어낸 일등공신이 바로 여러분입니다.”
지난 2003년 연말, 고 노무현 대통령이 전국 65만 공무원들에게 보낸 신년 이메일 메세지 중 일부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