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700㎒ 주파수 대역을 통신과 방송이 나눠 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방송용 할당을 주장해온 국회 요구를 사실상 수용한 것이어서 논란이 가열될 전망이다.
사물인터넷(IoT) 등 새로운 서비스 등장으로 통신용 주파수 고갈이 현실화된 상황을 다시 한 번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이하 미방위)는 4월 임시국회에서 700㎒ 주파수 할당 방안을 재논의할 예정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내놓을 할당 계획안에 이목이 집중됐다.
국회와 미래창조과학부, 통신업계에 따르면 미방위는 10일 전체회의에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개정안을 비롯해 굵직굵직한 통신 현안을 논의한다. 방송 통신으로 나뉘어 첨예하게 대립하는 700㎒ 분배 방안이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국회는 지상파 초고화질(UHD) 전국방송을 위해 700㎒를 방송사에 우선 배분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할 전망이다. 미래부는 방송사 준비 여건을 고려해 UHD 방송의 단계적 도입을 검토하되 방송과 통신의 상생을 위한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할 방침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기존 대역과 700㎒ 일부를 이용해 단계적으로 필요한 주파수를 공급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방송과 통신의 상생을 위해 균형 있는 주파수 분배와 활용 방안을 상반기까지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방통위 역시 방송사와 통신사가 700㎒ 대역을 나눠 쓰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지난 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두 진영이 100% 만족할 수는 없지만 각각의 요구 어느 정도 충족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모바일 광개토플랜에 따르면 증가하는 모바일 트래픽 대응을 위해 올해 통신에 필요한 주파수 폭은 최소 120㎒다. 1.8㎓와 2.6㎓에서 80㎒를 공급받더라도 40㎒가 부족하다. 정부가 700㎒의 40㎒를 통신용으로 할당해둔 것도 이 때문이다.
전체 108㎒ 폭 중 재난망 주파수(20㎒)를 제외한 나머지 88㎒에서 40㎒를 통신에 할당하면 48㎒가 남는다. 이 중 보호대역을 제외하면 24㎒ 정도가 남는데 지상파 UHD 방송에는 4개 채널을 할당할 수 있다. 지상파 방송사가 요구하는 9개 채널을 충족하려면 다른 대역을 활용하거나 일부 지역에서 먼저 서비스를 시작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700㎒를 ‘땅따먹기 식’으로 나누는 것 자체가 세계 흐름에 역행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700㎒는 국제적으로 이동통신용으로 할당하고 있다. 향후 이 대역을 이동통신에 활용할 국가는 115개국으로 세계 인구의 85.8%(약 61억명)에 이른다.
반면 2015년 현재 지상파 UHD 방송용으로 700㎒를 분배하겠다는 국가는 없다. 해외 국가들은 기존 DTV 방송대역 효율화를 수행해 디지털 방송의 단계적 종료를 통한 UHD 방송의 단계적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ICT 업계 한 원로는 “정부가 지상파 방송사에 700㎒ 중 일부를 할당하려는 것 같은데 이는 오히려 문제를 더 악화시키는 것”이라며 “기존 방송망 재조정과 효율화를 먼저 추진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 700㎒ 주파수 통신 할당 현황과 인구 비율/자료:4월1일 주파수 세미나 중 박덕규 목원대 교수 발표 자료>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