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파운드리(수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10나노공정’을 도입한다.
9일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마크 리우 TSMC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내년 말까지 고객사 요구에 걸맞는 생산능력 체계를 갖추기 위해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7일(현지시각) 미국 산호세에서 개최한 TSMC 고객행사장에서다.
당초 TSMC는 연내 16나노 핀펫플러스 공정 라인 양산 정도에 머물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 7년여간 삼성전자가 독점해온 애플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물량을 뺐어오면서 그만큼 여유가 생기면서다.
하지만 올초 다시 이를 삼성에 내줬다. 특히 삼성은 그동안 TSMC가 독식해온 애플 파운드리 물량을 추가로 확보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TSMC 오랜 고객사였던 퀄컴까지 삼성전자로 공급선을 옮기고 있다. 또 한 해 수백억달러 물량의 애플 오더를 놓고 인텔과도 격돌을 벌려야할 상황이 됐다. 그만큼 TSMC가 급해졌다는 얘기다.
특히 지난 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국제고체회로학회(ISSCC)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선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이 반도체 미세화 공정을 소개하며 “삼성전자가 10나노 기술 개발을 완료했다”고 밝힌 것에 TSMC가 큰 자극을 받았다.
TSMC보다 앞서 14나노 공정 반도체를 양산 중인 삼성전자가, 이번에 또 한번 10나노로 앞서간다는 데 위기의식을 느꼈다. 나노 공정은 숫자가 작을수록 더 정교하다.
가트너 보고서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해 258억달러어치의 칩을 사들였다. 이는 전체 칩 물량의 7.6%에 해당하는 규모다.
다분히 삼성 견제용으로 구축되는 TSMC 10나노공정(nm)은 기존 16nm와 혼재되는 형태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TSMC는 현재 14나노 AP 생산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있어 지나친 ‘삼성 의식하기’가 아니냐는 게 외신 분석이다.
TSMC는 최근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업체인 네덜란드 ASML로부터 첨단 반도체 미세공정 장비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NXE:3350B) 2대를 들여왔다. ASML 지분도 일부 인수했다. 모두 10나노공정 도입을 위한 수순으로 보인다.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10나노대를 실현하려면 많은 변화가 요구된다. 선폭을 줄이기 위해 반도체 설계·공정·재료는 물론이고 후공정 분야까지 전반적인 기술 진화가 필요하다.
TSMC는 올해 최대 120억달러(약 13조원)를 설비투자에 쏟아 부을 예정이다. 이는 작년 95억달러 대비 21%, 재작년 97억달러보다는 26% 많은 금액이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