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조용한 인수개발(M&D) 행보...스타트업 23개 사들여

애플이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스타트업이나 기술을 비공개적으로 인수하고 있다고 테크크런치가 9일 전했다. 대규모 인수합병(M&A)이 아닌 인수개발(M&D)로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애플은 외신에 “기술력만 있다면 목적이나 계획 없이 스타트업이나 해당 기술을 사들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의 보유현금은 지난해 기준 1780억달러(약 192조6000억원) 정도다.

애플은 지난 15개월간 23개 업체를 사들였다. 어떤 기업을 언제 사들였는지, 어떤 기술을 실제 적용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업계에선 애플의 이런 전략을 ‘조용한 인수’라고 표현한다. 당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이들 기업은 대부분 회사의 사업을 전개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기술을 갖춘 스타트업”이라고 말했다.

애플은 지난해 키보드 앱 개발 스타트업 드리프트(Dryft) 최고기술경영자(CTO) 겸 최고경영자(CEO) 랜디 마스덴을 영입해 자사 iOS 키보드 책임자로 앉혔다. 현재 애플에서 iOS 기기용 키보드의 자동 수정, 텍스트 입력 등 전체 기술개발 부서를 총괄한다. 인수합병의 자세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드리프트(Dryft)는 안드로이드 태블릿PC에 적용되는 키보드 소프트웨어가 주력이다. 각종 디스플레이 화면을 터치하면 키보드가 활성화되고 자판을 누를 수 있다. 사용자가 키보드를 치는지 아닌지 식별하는 기술과 손가락 추적 및 자동 키보드 화면 표시 기술, 사용자 입력 패턴에 따른 에러 보정 기술을 지원한다.

아직 드리프트 기술이 본격 적용되진 않았지만 최근 iOS8 업데이트로 개발자가 아이폰에서 사용자 맞춤형 키보드 앱을 만들 수 있게 API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드리프트 기술력이 녹아들었다는 평가다. 이전까지는 키보드 앱을 별도로 만들지 못하게 했지만 이 기능이 안드로이드OS 주요 기능 중 하나로 부각되면서 전략을 바꿨다. 실제 iOS8 발표 이후 키보드 앱은 앱스토어 상위권에 빠르게 자리 잡았다.

작년 애플이 선보인 앱스토어 ‘탐색(Explore)’ 기능도 스타트업 오토캣(Ottocat)에서 나왔다. 오토캣은 검색 스타트업으로 카테고리 아래에 서브카테고리를 형성해 유저들이 앱을 쉽게 찾을 수 있게 해 준다. ‘기타’를 검색하면 기타 음반이 포함된 음원 스트리밍 앱, 기타 연주법 등 다양한 앱이 서브카테고리에 묶여 나타나고 각 앱은 추천 빈도나 다운로드 횟수 등에 따라 배치돼 보이는 식이다.

이 인수건은 오토캣 공동창업자인 에드윈 쿠퍼가 애플 ‘탐색’ 특허에 같이 이름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테크크런치는 “애플이 이 업체 기술을 사용해 사파리 등 검색 엔진이나 기기 내 검색도 효율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들어서는 클라우드 등 빅데이터 관련 스타트업을 사들이고 있다. 애플은 지난달 영국 데이터베이스(DB) 분석 스타트업 파운데이션DB(FoundationDB)를 인수했다. 확장성이 좋은 NoSQL 데이터베이스(DB)를 빠르게 분석해 아이메시지와 아이애드, 아이튠스 등을 보강할 것으로 예측된다. NoSQL DB는 클라우드 서비스에 활용되는 대표적 소프트웨어다. NoSQL 업체 인수를 통해 클라우드 역량을 높였다는 게 외신 해석이다. 아쿠누는 애플이 지난 2013년 인수한 것으로 추정되며 최고기술책임자(CTO)였던 팀 모어튼은 아이클라우드 사업부에 배치됐고 나머지 직원도 작년부터 애플에 근무 중이다.

애플, 조용한 인수개발(M&D) 행보...스타트업 23개 사들여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