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대 젊은 사업가 전유물로 여겨졌던 모바일 창업에 60~70대 은퇴 사업가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아이디어’와 ‘발품’은 젊은 창업가가, ‘인맥’과 ‘노하우’는 노년의 사업가가 제공해 세대 간 장벽은 물론이고 온·오프라인 장벽도 허물었다.
그라모(대표 손승현)는 모바일 기반 리워드 광고앱을 개발, 운영하는 기업이다. 사용자는 그라모 앱을 통해 광고를 보거나 다른 앱을 다운로드 받아 쌓은 포인트를 마트, 편의점, 커피숍 등 오프라인 매장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롯데마트, 토이저러스와 독점계약을 맺었다.
그라모는 지난 2월 구글과 탭조이코리아에서 광고전략 일을 해왔던 손승현 사장이 창업한 회사다. 손 사장은 글로벌 회사에서 일하면서 모바일 광고 플랫폼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그가 탭조이코리아에서 근무하던 당시 한국 매출은 세계 2위였다.
손 사장은 “모바일 리워드 광고앱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10~20대 위주로 사용하고 있어 구매력 높은 30~40대 소비자에 대한 광고주 요구가 컸다”며 “포인트를 사용하는 프랜차이즈 매장 입장에서도 수수료나 광고비를 내지 않는 시스템이여어서 광고주, 소비자, 사용처 모두 윈윈하는 시스템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창업한 지 일년을 겨우 넘긴 스타트업이 대기업과 손 잡을 수 있었던 것은 30대 젊은 사장의 아이디어와 열정만으로 가능하지 않았다. 손 사장의 경력은 외국계 IT기업으로만 채워졌다. 보수적인 오프라인 유통을 뚫기 위한 ‘킹스맨’이 필요했다. 롯데백화점 창단멤버로 그랜드백화점 대표, 중소기업유통센터 대표 등을 지낸 아버지 손창록 부사장이 그라모 최고운영책임자(COO)이자 공동창업자로 합류했다. ‘고희’의 도전이다.
처음부터 손창록 부사장의 합류가 계획된 일은 아니었다. 손창록 부사장은 아들이 잘 나가는 직장을 놔두고 창업을 한다고 했을 때 선뜻 내켜하지 않았다. 자수성가한 아버지지만 아들까지 힘든 창업의 길을 걷게 하고 싶지 않았다. 손승현 사장의 설득에 손창록 부사장은 그라모의 핵심역할인 유통사 상대 업무를 총괄하는 중책을 맡았다.
롯데마트 임원을 지내고 은퇴한 박윤성 상무도 손 부사장과 함께 그라모의 유통사 임원 상대 세일즈를 맡아 힘을 실어줬다. 박 상무는 젊은 창업가와 함께 모바일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그도 환갑을 넘겼다.
손 사장은 “카카오톡 등 모바일 메신저로 메시지를 보내는 것도 최근에야 익숙해진 분들이다”라며 “그러나 젊은 사람이나 IT업계에만 일했다면 모를 현장의 애로사항이나 의사결정, 계약방법 등을 알려주셔서 매장 영업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손 사장은 “4만명 회원을 확보했고 사용처가 마트나 편의점 등이라 재방문율이 50%가 넘는다”며 “연말까지 100만 회원을 모집하고 일본을 시작으로 해외 시장도 진출할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