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시티를 완성하려면 에너지 공급과 수요반응, 에너지효율 향상을 더해 스마트그리드를 구축해야 한다. 핵심 메커니즘이라고 할 수 있는 수요관리는 에너지절약에 참여하는 방식의 전통적 수요관리와 아낀 에너지를 시장에 되팔 수 있는 수요관리시장으로 나뉜다.
스마트시티가 완성되면 언제든지 전력공급과 수요관리를 동시에 할 수 있다. 값싼 시간대에 저장해둔 전력을 비쌀 때 되팔 수 있다는 뜻이다. 이 프로세스를 기반으로 한 수요관리사업은 프랑스에서 이미 돈 되는 사업임이 입증됐다.
유럽 최대 전력 수요관리사업자인 에너지풀은 지난 2009년 전력 수요관리 전문기업을 표방한 스타트업으로 출발했다. 1년 만에 사업성을 인정받아 2010년 슈나이더일렉트릭이 지분 51%를 인수했다. 지난 2013년 프랑스 수요관리 시장 점유율 75%를 달성하고 1600만유로 매출을 올리며 유럽 최대 수요관리사업자로 등극했다.
수요관리사업 방식은 전력공급 부족이 예상되는 1~4시간 사이 일시적으로 전력망 부하를 줄여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공장 생산공정을 중단하거나 비상발전기, ESS 등으로 자체 발전을 실행하는 방법으로 진행한다.
매튜 피에르 에너지풀 매니저는 “에너지풀은 송전기업으로부터 절전 요청이 오면 최소 3초에서 2시간 이내에 전력사용량을 줄인다”며 “세계 6개국 수요관리사업을 24시간 컨트롤하는 에너지풀 오퍼레이션센터에선 1.5기가와트(GW) 규모 전력소비처를 통제한다”고 설명했다. 이 정도 전력량이면 원자력발전소 1.5개를 껐다 켰다 하고 있는 셈이다.
피에르 매니저는 “수요관리사업자 역할은 테트리스 게임처럼 다양한 종류의 에너지감축 가능 사이트를 필요에 따라 조합해 최적의 에너지절감 효과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객사별로 에너지절감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최적화하는 것이 중요하고 수요관리사업이 실패하지 않도록 어느 한 곳이 감축에 참여하지 못할 상황이 발생해도 지시받은 감축량은 채울 수 있어야 한다. 수요관리사업자 최적화와 신뢰성 있는 관리를 통해 고객사는 안정적으로 추가 수입을 낼 수 있다. 에너지풀은 이 역할을 담당하면서 사업을 키워나간다.
중소기업인 에너지풀이 유럽 수요관리시장 1위로 뛰어오른 것은 ICT를 기반으로 수요관리사업의 신뢰도를 높였기 때문이다. 에너지풀은 한 번도 수요관리 사업에서 실패한 경험이 없으며 정해진 시간에 감축 목표는 반드시 달성했다. 에너지풀은 공장의 모든 공정을 중단하는 것은 에너지를 줄이는 것보다 오히려 비용이 더 들 수 있기 때문에 에너지절약도 최적화한다. 마치 외과수술처럼 150여개 참여 고객사 에너지절약 처방을 내린다. 전체 공장운영에 위험을 없애고 수요관리사업에 참여해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판을 짜는 것이다.
수요관리사업 진가는 갑작스러운 한파로 전력사용이 급증했을 때 발휘됐다. 지난 2013년 4월 5일 프랑스 기온이 예년보다 6~7도 밑돌았고 일부 원자력발전소가 정비에 들어간 상태였다. 평년 전력피크는 6만5000㎿h였는데 이날 7만5000㎿h로 급등했다. 프랑스 전력당국은 전날 7만3000㎿h까지 전력수요가 올라갈 것으로 예측하고 준비했지만 2000㎿h의 전력이 부족해 블랙아웃 위험까지 노출됐다. 이때 에너지풀은 프랑스 내 수요관리사업 참여 53개 고객사에 전력저감 지시를 내렸다. 이를 통해 줄인 전력량이 1783㎿h다. 수요관리사업을 통해 부족한 전력량을 대부분 커버해 위기를 넘겼다.
피에르 매니저는 “수요관리사업 참여로 생기는 이익 중 95%에 달하는 대부분이 전력절감에 참여하는 고객사에게 주어지고 수요관리사업자가 얻는 이익은 크지 않다”며 “하지만 수요관리사업자가 없다면 절대 고객사 스스로 수요관리사업에 참여해 100% 이익을 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서도 지난해부터 수요관리시장이 열렸고 전력거래소가 오는 2017년까지 계획한 1.9GW 규모 시장은 메리트가 있다”며 “오는 6월 파트너사인 효성과 한국에서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리옹(프랑스)=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
-
함봉균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