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학계에서 ‘게놈 편집(Genome editing)’ 기술이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이 기술은 일명 ‘유전자 가위(CRISPR)’라고도 불린다. 특정 염기서열을 찾는 ‘RNA 크리스퍼’와 찾아낸 DNA를 잘라내는 효소 ‘Cas9’가 짝을 이뤄 유전체를 원하는 대로 자르거나 붙이고 고친다. 원리는 박테리아 면역 메커니즘이다. 박테리아는 이전에 침입했던 바이러스 DNA 일부를 자신에게 남겨둔다. 또 바이러스가 들어오면 저장해둔 이 정보를 꺼내 해당 DNA만 찾아 자르는 식이다.
이전의 유전자 변형(조작)보다 효율적이고 정밀도가 높아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예측됐다. 과학저널 ‘사이언스’가 지난 2012, 2013년 2년 연속 10대 뉴스에 선정하면서 학계에서도 관련 연구가 활발히 진행됐다. 가축 유전체를 설계하거나 난치성 유전질환 치료 연구, 농작물 품종 개량 등이 대표적인 분야다.
근래 들어서는 기초 연구 도구가 아닌 실용화 단계까지 접어들었다. 농축산업 연관 분야 움직임이 빠르다. 이전까지 농작물 품종을 개량할 땐 서로 다른 품종의 작물을 교배하거나 다른 생물종 유전자를 작물에 집어넣어 변형시켰다. 약품·방사선 등으로 돌연변이를 일으키기도 했다. 이런 방식은 효율성도 나쁘고 신품종이 나오기까지 10년 정도 걸리는데다 생태계를 해칠 수 있으며 인체에 위해하다는 논란을 일으켰다.
일본에선 이를 활용해 두달 동안 놔둬도 썩지 않는 토마토를 재배할 계획이다. 에즈라 히로시 츠쿠바대학 교수는 약품 처리한 토마토 나무 10만그루를 재배해 2개월이 지나도 부패하지 않는 토마토를 만들어냈다. 이 토마토는 부패와 직결된 에틸렌 관련 유전자가 손상돼있었다.
에즈라 히로시 교수는 올해 초부터 게놈 편집 기술을 사용해 이 토마토의 재배용 버전을 만들기 시작했다. 연내 실제 신품종을 재배할 계획이다. 그는 “표적 유전자와 품종 아이디어만 있으면 게놈 편집 기술로 빠르게 신품종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게놈 편집 기술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있다. 유전자를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기 때문에 윤리적 문제와 안전성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유전자변형생물체(GMO)의 국가 간 이동을 규제하는 국제 생물안전의정서(카르타헤나 의정서)는 다른 생물 유전자를 임의적으로 집어넣는 기술을 대상으로 한다. 원래 생물에 없는 유전자가 들어있어 변화 여부를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게놈 편집 기술은 유전자 내 염기서열 자체를 바꾸기 때문에 규제 대상에 포함될 지 여부가 불투명하다.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돌연변이 현상’과도 구분하기 어렵다.
도덕성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지난달 과학저널 ‘네이처’에는 이 기술을 인간 배아에는 쓰지 말자는 생명과학자 주장이 실렸다. 미국, 중국, 영국 등에서 이 기술과 산부인과 분야 연계가 강화되면서다. 이들은 초기 수정란에서 DNA 결함을 바로잡아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이 기술을 쓴다. 원하는 대로 유전자를 편집하려면 그 만큼 배아가 더 필요하다.
메리 비거 인공수정 분야 연구자는 “심각한 유전 질환을 치료하는 데 쓰이는 것은 대중적으로 수용될 수 있지만 누구나 완벽한 아기를 원하기 때문에 결국 대중적인 논란에 시달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