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글로벌 기업 대형 인수합병(M&A)이 이어지고 있다. 전 세계 사업인수 총액은 1조달러를 돌파했다. 8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닛케이신문은 금융조사업체 딜로직이 지난 8일 발표한 올해 세계 M&A 총액이 1조300억달러(약 1130조원)로 전년 대비 20% 증가했다고 전했다. 지난 2007년 1조2500억달러(약 1370조원)를 기록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올해 M&A 특징은 대형화다. 대형 이슈가 몰리며 전체 인수건수는 전년 대비 9% 감소해 1만건이 채 되지 않았다. 10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지난주 네덜란드와 영국 합작 정유사 로열더치쉘이 영국 가스대기업 BG그룹을 인수했다. 인수금액은 부채를 포함해 823억달러(약 90조1000억원)에 달해 올 들어 지금까지 최대다. 석유 및 가스업계 인수로도 지난 1999년 미국 엑손이 856억달러(약 93조7000억원)에 모빌을 인수한 이후 역대 2위 규모다.
오랫동안 대형 인수건이 없던 업계에도 지각변동이 인다. 미국 식품대기업 크래프트푸드는 지난달 하인즈와의 합병을 발표했다. 인수 규모는 454억달러(약 50조원)다. 지난 2008년 벨기에 맥주 대기업 인베브가 미국 안호이저 부시를 596억달러(약 65조원)에 인수한 이후 첫 대형 M&A다.
시장에서는 최근 늘어난 기업 M&A는 세계적 주가 상승 여파와 늘어난 자금력이 배경인 것으로 본다. 기업이 인수 위험을 감수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됐다는 해석이다.
미국과 유럽 주요기업이 보유한 현금은 과거 최고 수준이다. 무디스 인베스터스 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미국 내 금융 분야를 제외한 주요기업 현금 보유액은 1조6500억달러(약 18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을 비롯한 IT 업체뿐만 아니라 제약회사 현금 보유량도 많다. 유럽 기업도 영국 BP등 에너지 기업을 중심으로 1조달러(약 1100조원)가 넘는 현금을 보유한 것으로 전해진다.
기업 주주도 보유 현금을 자사주 매입보다 적극적인 M&A에 사용하는 것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다. 앤드류 오빈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 애널리스트는 “자사주 취득보다 M&A가 효과적인 자금 사용 용도라는 것에 이견이 있는 투자자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최근 지속되고 있는 달러 강세로 향후 미국기업이 유럽 등 다른 지역 기업 인수에 적극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올해 북미지역 인수금액은 세계 전체 규모 40%가 넘는 4300억달러에 이른다. 지난주에는 미국 페덱스가 네덜란드 TNT익스프레스를 인수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