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OA정책의 명과 암

[기고]OA정책의 명과 암

기상청이 날씨 ‘앱’ 서비스를 오는 6월부터 중단한다. 민간 산업과 중복된 서비스를 정비한다는 취지다. 민간 시장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기 위함이다. 이는 정부의 ‘창조경제’와 ‘민관 상생’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단계적으로 민간과 중복되는 사업을 줄이고 민간 시장을 활성화하고 기업을 살리겠다는 기조로 활발한 정책을 발의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정부 정책 기본 기조가 모든 부처와 기관에 적용되지는 않는 사례도 빈번하다. 대표 사례가 ‘OA(Open Access)’정책이다. OA는 국내 학자가 저술하는 모든 논문을 수집해서 전 세계에 무료로 서비스 하자는 것이다. 현재까지 32만편의 논문을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했다.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해외 상업 플랫폼(Web Of Science)에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이미 민간 기업이 20년 가까이 이와 동일한 서비스를 하고 있다. 온라인 학술 논문 DB 시장과 전체 학술 콘텐츠 유관 산업은 1000억원에 이른다. 해외 논문 국내 시장 규모는 3000억원에 이른다. 민간 기업은 해외 공룡기업에 맞서 국내 시장을 성장시키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학술 한류를 위해 해외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이미 350만편에 이르는 학술 논문 DB를 구축해 10여년 동안 서비스 사업을 해왔다. 정부와 민간사업이 중복되고 있는 것이다. 세금 낭비가 우려되는 부분이다.

일부에서는 OA 취지가 ‘학술 논문’이 ‘공공재’ 성격이라고 배경에 근거한다고 주장한다. 학술 논문을 구독하는 고비용이 학술 진흥에 제약을 준다고 한다. 타당한 이야기다. 그러나 현실과 다른 점도 있다. 학자들은 국내 논문 한 편 다운로드하는데 40원, 해외 논문 한 편 다운로드하는 데는 4000원의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100배 차이다.

학자들은 국내 논문을 보는 데 비용 부담이 큰 것이 아니라, 실제는 해외 논문을 구독하는 데 더 큰 어려움이 있다. 국내 논문을 무료로 배포하는 정책보다 각 대학 도서관에 ‘해외논문 구독 비용’을 지원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 민간과 중복된 DB 구축에 쓸 소중한 예산을 학자들이 진짜 필요로 하는 곳에 사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논문 수집하는 과정에서도 ‘저작권’ 문제와 ‘자발성’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학술지 평가(등재지, 등재후보지)에 논문 무료공개 여부를 평가항목으로 삽입하고 있다. 학회는 등재지 평가를 받기 위해서 ‘저작권 양도 동의서’를 연구재단에 제출해야 한다. 저작권도 양도해야 하고, 논문을 무료로 공개해야 학술지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 전 세계 유일한 평가방식이다. 학자들의 자발적 참여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방식이다.

민간업계서도 OA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 OA의 근본정신인 ‘공유’와 ‘나눔’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한국적 현실에 맞는 OA를 하자는 것이다. 먼저, 학술 논문 무료공개 여부는 학자들의 자발적 선택으로 맡겨야 한다. 정부가 학술지 평가항목을 통해서 자발성을 침해하는 정책으로 논문을 수집하지 않아야 한다. 민간 산업과 중복된 DB 구축은 예산 낭비다. 진짜 필요한 곳에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

대학 도서관은 매년 인상되는 해외 논문 구독비용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또, 국내 학술 논문 서비스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민관 협력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매년 수조원의 매출 규모를 자랑하는 해외 기업은 국내 학술 논문 시장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국내 학술생태계를 건강하게 성장시키는 장기적 안목이 필요할 때다. 민관이 협력하면, 한국의 학술 논문 시장은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는 저력이 있다. 민관이 함께 ‘학술 한류’를 위해 손잡고 나아가길 희망한다.

김욱중 전자출판협회 학술저널위원장 sat17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