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임용택 한국기계연구원장-디테일 경쟁력 시대

[월요논단]임용택 한국기계연구원장-디테일 경쟁력 시대

“못 하나가 없어 말편자가 망가졌다네. 말편자가 없어 말이 다쳤다네. 말이 다쳐 기사가 부상당했다네. 기사가 부상을 당해 전투에서 졌다네. 전투에 져서 나라가 망했다네.”

작은 못 하나로 나라가 사라졌다는 영국 민요다. 한 국가가 망하고 흥하는 것뿐 아니라 성공과 실패는 사소한 일로 결정될 수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경험하고 느낀다.

“성공은 시스템에서 결정되지만 실패는 디테일에서 나온다”는 빌 매리어트 매리어트인터내셔널 회장 말도 있다.

날로 경쟁이 치열해지는 사회에서 디테일이야 말로 경쟁력이라는 주장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232년 전통의 영국 베어링스 은행이 수습을 못해 1995년 파산한 것이나 우주 왕복선 컬럼비아호가 발사된 뒤 전혀 예상치 못한 타일 문제로 폭발한 것이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또 다른 예도 있다. 독일 훔볼트 재단에서 제공하는 장학금을 받고 1년 간 독일 에어랑겐 대학에서 연구할 때 일이다.

나는 보통 퇴근할 때 책상정리를 잘 하지 않고 퇴근하는 습관이 있다. 그러나 독일 학생은 퇴근 시 항상 책상을 깨끗이 정리했다. 보안과 안전 규정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다. 점심에는 따뜻한 수프를 먹고 아침에는 보통 차가운 음식을 먹는 습관도 아직 간직하고 있다. 세계 1·2차대전 때 에너지를 절약하고자 생긴 습관인데 전쟁이 끝나고 유럽 경제강국으로 성장한 지금도 지키는 것이다.

독일인이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무시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때로는 답답해 보이지만 훌륭한 결과를 만들어 내는 원동력인 셈이다.

그간 우리는 압축 성장 과정에서 이 같은 디테일의 중요성을 무시하거나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실제로 작은 부품 하나로 인해 우리 힘으로 개발한 우주발사체 나로호 발사 성공이 지연되기도 했다.

세계 최고 기술국인 독일에서도 고속열차 쇠바퀴의 미세한 크랙이 100명 넘는 인명사고를 내듯 사소한 것 하나가 제품과 기업과 국가 이미지를 결정해 버린다.

스티브 잡스의 애플 제품 디자인이나 세계적 각종 명품이 모두 눈에 보이지 않는 사소한 부분을 수없이 반복해 디테일하게 만드는 과정에서 나온 성과다.

제조업이 강한 일본에는 모노즈쿠리가 있다. 작은 나사 못, 볼트 하나에도 장인의 혼을 담아 세계 최고 제품을 만들어 낸다. 사소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디테일을 챙긴다’는 정신으로 전환해 기술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우리가 연구개발 효율을 높이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의 답 가운데 “디테일을 챙겨라”라는 부분을 결코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이제는 무늬만 세계 최고, 세계 최초 기술은 통하지 않는다.

자기부상열차도 마찬가지라는 판단에서 현재 사소한 부분을 보완하고 완성도를 높이고자 ‘BKT(Buy KIMM-Tech)’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연구개발 단계에서 실용화를 위해 놓친 2%를 고객과 함께 찾고 다듬는 과정이다.

이제는 디테일이 경쟁력인 시대다. 어느 저자는 디테일에 대해 “100-1은 99가 아니라 0이다”라고 하지만 사소한 것 하나의 잘못은 ‘100×0=0’이라고 말하고 싶다.

옛 말에 사소한 것에 신경쓰는 사람은 큰 일을 이루지 못한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목표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단순하게 생각되는 사소한 일 하나하나를 반드시 챙겨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임용택 한국기계연구원장 ytim@kimm.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