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배달음식에 대한 오해, 작은 신뢰로 풀어가자

김태훈, 배달통 대표이사
김태훈, 배달통 대표이사

며칠 전이다. 밀린 업무로 야근하는데 배꼽시계가 울린다. 출출한데 나가기는 귀찮고…. 주저 없이 스마트폰을 꺼내 가까운 배달 음식점들을 검색했다. 메뉴를 정하고 주문을 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1분. 이제 맛있는 저녁식사를 여유있게 즐기기만 하면 된다.

이런 즐거움이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이유는 세계에서 가장빠른 총알 배달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우리나라는 배달의 천국. 배달되지 않는 것이 없을 정도로 메뉴도 다양하다.

배달문화의 시작은 조선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최초의 배달음식은 해장국인 효종갱(曉鐘羹)이다. 효종갱은 남한산성에서 만들어 밤사이 서울로 보내면 양반들이 새벽에 먹었다고 한다. 우리 민족의 배달음식은 그 시작이 빨라도 정말 빨랐던 것 같다.

배달의 역사가 이른 만큼 배달음식에 대한 오해도 생겨나기 마련이다. 소비자들은 값싸고 편리한 음식을 기대했고, 공급자들은 매출 올리기에 급급해 이용자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지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배달음식이 한끼를 때우는 음식이 아닌 집에서 즐기는 근사한 외식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배달톡` 서비스를 시작했다. 배달톡은 음식점 후기다. 이용자와 업주들이 서로 신뢰할 수 있는 다리 역할을 기대하고 시작했지만 반응은 냉랭했다.

서비스 초기 사용자들의 반응은 좋았지만 업주들은 “왜 우리 음식을 두고 말들이 많은지” “빠른 배달인데 왜 항상 더디냐고 불평하는지” “시키지도 않은 사람이 후기를 남긴 것 같다, 지워라” 등 비난과 힐난 일색이었다.

그래서 이용자와 업주들의 신뢰를 얻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시스템 면에서도 온라인이 아닌 전화주문은 사용자가 어떤 것을 시켰는지 확인하기 쉽지 않았다.

업주들에게 일일이 연락할 수도 없기에 음식별 주문시간과 패턴을 분석해 주문 여부를 확인하는 시스템을 착안했다.

예를 들자면 중식은 메뉴가 다양하지만 시켜먹는 패턴이 단순해 20초 정도면 주문이 가능하고, 야식이나 패스트푸드는 메뉴가 다양하고 주문형태가 다양해 30초 이상이 걸린다는 가정에서 출발했다.

지역, 주문시간, 메뉴에 대한 통계 데이터를 별도로 데이터베이스화하면서 이용자 패턴을 분석했지만 실이용자가 주문했는지는 알 길이 없었다. 배달업체에 연동된 POS의 CID장비를 역추적 하고 싶었으나 현실적으로 많은 제약이 따랐다.

고심 끝에 안심번호(가상전화번호)를 도입하기로 했다. 안심번호 서비스는 가상전화번호로 수발신 정보와 통화시간을 DB화 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가상번호라서 개인정보 수집이 필요 없다는 장점이 있었다.

여기에서 취득한 주문내역과 배달통에서 구축한 데이터베이스 정보를 조합하면 거의 완벽하게 전화주문에 대한 내역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시스템이 자리잡으면서 실주문자와 비주문자의 후기를 구분할 수 있게 됐다. 이로써 배달의 핵심인 업주와 이용자 모두의 신뢰를 얻게 됐다.

지금은 배달음식 리뷰가 업체를 알리는 지름길이 됐다. 댓글이 음식점을 선택하는 기준이 되자 점주들도 이용자들과 소통하기 위해 댓글을 올리고 있다. 이용자들의 불만을 적극 해명하는 모습도 이전과 크게 달라진 점이다.

작은 소통의 창구 하나가 배달음식점에 대한 오해와 단골집만 고집하던 소비자들의 주문습관을 바꾸는 큰 전환점이 됐다. 신뢰의 조건은 거창한 게 아니었다. 바로 작은 변화에 있지 않았을까?

[김태훈 대표이사]

- 현 배달통 대표이사

- 전 인터파크/다음 디앤샵 개발팀장, YES24 서비스기획팀장

- 금융결제원 `O2O구현사례 - 배달음식을 쇼핑하다`(2014), 모바일먼데이 `배달통 모바일커머스 전략`(2014) 외 다수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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