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은 지금]<30> 홈서비스

미국의 대표적 홈서비스 플랫폼 업체 앤지스리스트(Angie`s List) 로고.
미국의 대표적 홈서비스 플랫폼 업체 앤지스리스트(Angie`s List) 로고.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미국 홈서비스 업체별 사업 현황

집 수도꼭지가 고장났다. 국내라면 수도꼭지 공사업자를 직접 찾거나 아파트 관리소에 문의해야한다. 사업자별로 견적도 내고, 수리가능 날짜도 조정해야한다.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미국에선 다르다. 지역 홈서비스 웹사이트나 앱에 접속하면 각 사업자 서비스 현황과 이용 후기까지 볼 수 있다. 가격도 저렴하다.

홈서비스(home service)는 수도꼭지 고장, 잔디 깎기, 기계 수리, 개 산책 등 가정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통칭한다. 이전까지 각 사업자가 조그만 구멍가게를 운영하거나 지역지에 광고 싣기, 지인을 동원한 입소문 마케팅 등으로 사업을 해오던 시장이다.

◇ 미국서 뜨는 ‘홈서비스’ 플랫폼

미국에서는 홈서비스가 전자상거래와 결합돼 온라인에서 판매된다. 웹 플랫폼 업체가 지역에 있는 여러 사업자와 고객을 자사 플랫폼에서 이어준다. 고객이 서비스를 이용한 뒤 후기를 남긴다.

대표 업체는 온라인 지역 정보 기업으로, 앤지스리스트(Angie’s List)와 옐프(Yelf), 그루폰(Groopon) 등이다. 앤지스리스트는 오프라인에서 시작해 온라인으로 발을 넓힌 지역 정보 전문 업체다. 지난해 모바일 앱 ‘스냅픽스(SnapFix)’를 내놨다. 집주인이 원하는 서비스를 사진으로 찍어 올려 손쉽게 제공받을 수 있다. 깨진 창문을 찍어 올리면 각 지역 사업자에게 연락이 온다.

앤지스리스트에 따르면 미국 홈서비스 시장은 4000억달러(438조4000억원)규모다. 여러 사업이 결합돼 있어 정확한 추산은 어렵다. 이보다 갑절 이상 큰 8000억달러(876조8000억원)를 넘어설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스타트업 진입도 활발하다.

썸택(Thumbtack)은 온라인 지역 홈서비스 정보 스타트업으로, 구글캐피탈로부터 지난해 1억달러를 투자받았다. 또다른 업체 태스크래빗과 달리 고객들이 일명 ‘옵션 검색’을 할 필요가 없다. 소비자가 해야할 일과 지역을 선택한 뒤 어떤 사람을 찾는지만 작성하면 된다. 소비자가 글을 올리면 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해당 지역 사업자에 이를 곧장 전달해준다. 이후 지역 사업자가 경쟁입찰로 사업을 따낸다.

마르코 자파코스타 썸택 최고경영자(CEO) 겸 공동창업자는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에서 웹 기반 홈서비스를 ‘황금이 가득 담긴 냄비’라고 표현했다. 소비자와 사업자를 효율적으로 연결해주고 고객이 각 사업자 후기를 볼 수 있어 서비스 질도 높아진다.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이바지하고 있다는 평가다.

프로닷컴(Pro.com), 포치(Porch), 레드비콘(Redbeacon) 등도 이와 비슷한 사업을 하고 있는 웹 기반 스타트업이다. 프로닷컴은 아마존 창업자 겸 CEO인 제프 베조스가 투자한 업체다.

◇ 구글·아마존…대기업도 속속 뛰어든다

구글·아마존 등 IT대기업도 이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자사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모든 것’을 팔겠다는 전략에서다. 슈카리타 멀푸루 포레스트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이는 매우 현명한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아마존은 지난달 고객에게 지역 내 홈서비스 전문가를 직접 선별해 소비자와 연결하는 ‘아마존홈서비스(Amazon Home Services)’를 시작했다. 체크아웃 과정에서 서비스 시세와 업무 가능 시간 등을 지정할 수 있다. 프로닷컴, 태스크래빗 등 기존 스타트업뿐 아니라 위성방송업체 디시, 자동차 부품사 펩보이즈 등과도 손잡았다. 피터 패리시 아마존 부사장은 “이미 아마존에서 700가지 이상 홈서비스를 240만명 고객에게 제공 중”이라며 “아마존 플랫폼을 쓰는 8500만명 사용자가 이같은 서비스를 원한다”고 밝혔다.

앞서 썸택에게 투자했던 구글도 최근 이 시장에 직접 뛰어드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광고비에 많은 비용을 쏟지 않고도 소비자와 직접 연결될 기회라는 판단에서다. 구글은 ‘구글익스프레스’ 등으로 쇼핑 및 배달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홈서비스 시장에 진출하면 지역 기반을 갖춰 아마존과 본격 맞설 수 있다.

우려도 나온다. 홈서비스 시장은 전자상거래 플랫폼과 맞물려 커져가지만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홈서비스 플랫폼 스타트업 홈룩스(Homlux)는 서비스 가격을 경쟁사대비 절반으로 낮췄다. 매트 펠드만 홈룩스 대표는 “시장 기회가 많은 것은 확실하나 낮은 가격이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